2008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계절 산문』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나는 한때 읽는 일에 영향받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냉철하게 아름답고 흐드러지게 슬픈 길을 따라 걷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답이 아닌 전에 없던 오답을 구하며 읽었다.
시와 문학이라면 내게 가장 드넓고 견고한 불가해의 세계를 만들어줄 거라 믿으며 얼마간의 문장이나 낱말 몇 개만을 손에 꼭 쥐고 먼길을 가고 싶었다. 오기와 치기로 시집을 펼칠 때가 많았으나 이 역시 생의 한 기운이라 여겼다.
쓰는 사람은 다 가지지 못한다. 한창 울고 있을 때 내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일과 같다. 대신 읽는 사람은 다 가진다. 결국 우리에게 닿는 것은 짙은 바다가 아닌 흰 파도인 것처럼. 별이 아닌 별빛인 것처럼. 욕망의 입이 아닌 사랑의 말인 것처럼.
2026년 가을 앞에서
박준
_「읽는 사람은 다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