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좋지만, 동경(東京)이 어쩐지 더 좋다. 동경 여행을 위한 특급 레시피가 있다. 동경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담배 한 보루와 위스키 두 병을 산다. 이틀을 지내건, 일주일을 지내건 똑같다. 아침에는 담배를 피우며 위스키를 마시고, 점심때는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신다. 밤이 되면 지역 양조 맥주를 취급하는 탭하우스를 찾아 담배를 피우며 모든 파이프의 맥주를 하나씩 다 마신다. 맥주를 마시며 지긋지긋하게 읽은 백석을 떠올린다. 백석은 동경 아오야마 학원에서 공부했다. 지금도 읽고 있는 하루키도 떠올린다. 하루키는 아오야마 근처에서 오래 살았다. 내가 지나간 길을 백석도 걸었고 하루키도 밟았다. 이렇게 다음 날도, 전날에 했던 끽연과 음주를 반복한다. 마지막 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탄다. 하루키는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쓰고 “사실의 검증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나는 사실의 검증을 열심히 하고 거짓말은 적극적으로 섞었다. 쓰다 보니 하루키스트(Harukist)가 되어버렸다. 소설을 쓰면서 하루키 소설보다 하루키 관련 책이 더 많아서 놀랐다. 하루키를 도서관에서 찾으면 한글로 ‘촌상춘(村上春)’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촌상춘 씨, 건강하세요. 참, <프러포즈>는 실제 프러포즈에 사용되었다. 정말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