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를 써 버린다
두루마리 휴지 둘둘 풀어
탱탱 코 풀어 버리듯이.
남는 것은 시간뿐인 사람처럼
그 시간 뭉개 버리듯이.
감정 헤픈 여자 제 마음 다 줘 버리고
목젖까지 드러내어 놓고 깔깔거리듯이.
막걸리 한 대접 들이켜다
반쯤은 마당에 쫙 뿌려 버리듯이.
...
나는 시를 써 버리고
낭비해 버리고
탕진해 버린다
빈털터리 되어 버리고
빈대가 되어 버리고
불임이 되어 버리고
....
전부 제 것인 것처럼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진 것처럼
무한정
써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