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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최명길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0년, 대한민국 강원도 강릉

사망:2014년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9월 <최명길 시인 산문집>

최명길

194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스무 살까지 강릉에서 살았다. 그 이후 관음선풍의 설악과 문기가 꿈틀거리는 속초가 좋아 고향 강릉 못 가고 설악 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강릉사범학교와 경희대학교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5년 『현대문학』에 시 「해역에 서서」 「자연서경」 「은유의 숲」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접사』(1978) 『풀피리 하나만으로』(1984) 『반만 울리는 피리』(1991) 『은자, 물을 건너다』(1995) 『콧구멍 없는 소』(2006) 『하늘 불탱』(2012) 명상시집 『바람 속의 작은 집』(1987) 디지털영상시선집 『투구 모과』 등과 유고시집 『산시 백두대간』(2015) 『잎사귀 오도송』(2016) 『히말라야 뿔무소』(2017) 『나무 아래 시인』(2018) 『아내』(2019)와 시선집 『물고기와 보름달』 등이 있다.
강원도문화상(문학 부문 1999) 홍조근정훈장(2000) 한국예술상(2012) 만해·님 시인상(2014) 등을 받았다.
2014년 5월 4일 영면. 백두대간으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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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아내> - 2019년 4월  더보기

노을꽃 요즈음 나에게는 그녀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라보기만 해도 묘한 파동이 일어나 신비로운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청춘으로 만나 장년을 넘어서기까지 우리는 같은 지붕 아래서 밥숟가락을 함께 나누며 살아왔다. 그 시공이 33년, 아스라하다. 블록 담집 관사로부터 단칸 사글셋방 전세로 이어지던 시절 그녀는 아기에게 먹일 우유가 없어 가련해 하면서도 아기를 길러냈고 기다림과 헌신으로 일관해 왔다. 혹한풍설을 거의 알몸으로 배겨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별로 해준 게 없다. 간혹 정신의 아찔함은 찾아왔었지만 그 흔한 사랑이란 말조차 별로 하지 못했다. 울렁거림은 약했고 파릇한 감흥의 순간 같은 것도 드물었다. 오히려 무덤덤해 하거나 투정을 부리곤 했다. 밋밋이 흘러가 버린 강물 같은 생, 돌아보면 그건 한 인간에 대한 모독이었다. 가혹한 일이었으며 시련이었다. 무례며 학대였다. 사실 각각 다른 개체가 만나 하나를 이룰 때 그 순간은 극적이고도 장엄하다. 마음과 마음이 어르고 몸과 몸이 결합할 때 들려오는 속삭임, 그 풀무 소리야말로 바로 천지가 하나를 이루는 소리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 순간들을 우리는 온전히 하나로 만들어갈 줄 몰랐다. 하나이되 그 하나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음미할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다. 눈빛은 멀리 있었고 가슴은 낡아 펄럭댔다. 그런 지난날들이 몹시 미안하다, 고 되뇌며 섰던 어느 별 아래서 나는 이런 시 101편을 썼다. 그 사람이 이걸 모두 읽을 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고해의 편린들은 내 나뭇가지에서 떠나간다. 이제 나는 쉬고 싶다. 따스한 물가에 기대앉아 가물히 이울어가는 그녀 눈빛을 바라보며 그저 한가해지고 싶을 뿐이다. 벌써 땅거미가 진다. 산기슭으로 어둠살이 밀리고 바람 소리가 스산하다. 계곡으로 그림자들이 깊게 쏠리고 산봉우리에는 노을꽃이 눈물방울처럼 핀다. 처연히. 오 그 사람 내 아내 우렁각시여! 2003년 9월 26일 설악산 달마봉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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