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키대학(茨城大学)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사회심리학
주로 베트남을 필드로 질적 연구를 지향하고, 일본질적 심리학회에 설립 당초부터 참가. 2013~2015년도에는 『질적심리학 연구』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학내에서는 지구변동적응과학연구기관의 기관장을 맡는 등 실천을 시도하고 있다. 50대가 되어 다시 처음부터 육아 중이다.
<본 서 내 집필 : 들어가는 말, 8장의 코멘트, 10장의 코멘트, 13장의 코멘트>
들어가는 말
이 책은 일본·한국·중국·대만·베트남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여 출간되었다. 각 나라마다 3명의 연구자가 기고하였고 그리고 그 논고에 대해 다른 나라의 연구자 중 한 사람이 코멘트를 다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당연히 이 크로스 토크를 통해 사회·문화·역사적으로 다른 시점들이 들어와 교차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집필자들의 전문영역은 심리학· 교육학·사회학·문화 인류학·컬처럴 스터디즈·경영학 등으로, 어느 정도 다양하게 되도록 배치했다. 하지만 3명의 편저자가 지금까지의 관계 속에서 집필을 의뢰한 실정이라 치밀하게 균형을 맞췄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질적 연구를 수행해 온 다채로운 연구자들에게 논고 및 코멘트 글을 의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편저자들이 이러한 집필자들과 지금까지 밀접하게 관계해 왔는가라고 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또한 일본어 집필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그렇게 부탁을 했지만, 한국어·중국어·베트남어의 논고를 받고 또 일본어로 번역한 원고도 있다. 일본어가 우리 저자들의 공통 언어라고는 말할 수는 없으나, 우선은 일본어로 본 서를 발행하게 되었다.
3명의 편저자 전원은 주로 일본에서 질적 연구에 정력적으로 임해왔다. 오키시오 마리꼬(沖潮満里子) 선생은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사람들과 이야기 하기를 통해 그려내 왔다. 독자적인 스텐스로 대화적 자기 에스노그래피라는 방법을 개발하고 그녀 자신도 ‘당사자’로서 외면하지 않고 진지하게 마주해 온 기예의 젊은 연구자이다. 그리고 오선아(呉宣児) 선생은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연구하고 대학에 재직하는 심리학자인데, 고향인 한국 제주도의 원풍경을 서로 이야기하는 속에서 부상시켜가는 것을 시도해왔다.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은 섬’으로 불리는 제주도는, 전후의 제주도 4.3사건(1948)을 거치고 현재 ‘평화의 섬’이라 불린다. 비주얼한 이미지를 굳이 이야기하기라는 언어로 부상시키는 시도는 굉장히 흥미롭다. 그 성과는 일본어와 한국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마지막으로, 필자 본인인 이토 테츠지(伊藤哲司)는 1998년경 베트남 재외 연구로 하노이 골목의 필드 워크를 시작으로 1975년에 종결한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전쟁, ‘이긴 쪽의 베트남이 아닌 진쪽의 베트남’에 착목하여 완만하게 억제되고 잠재화된 지역 갈등의 와중에 있는 남부 베트남 또는 난민이 되어 국외로 나간 베트남계 주민들의 말하려 해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 또한 야마모토 토시야(山本 登志哉) 선생 등과 ‘원탁 시네마’(같은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문화 이해의 방법)를 창출하여 한국·중국·베트남 친구들과 작업을 해왔던 경험도 있다. 후술하는 일본질적심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질적심리학연구’의 편집위원을 오랫동안 했고, 2014년도부터 3년간은 편집위원장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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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질적 연구의 필요성이 심리학 등 학계에서 널리 인지된 지 1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역시 일본질적심리학회의 설립(2004년)일 것이다. 1990년대에는 일본심리학회 등에서 「정성적 연구」나 「필드워크」가 종종 다루어지곤 했었다. 그런 토양 속에서, 질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학술 잡지 「질적심리학 연구」의 간행(2001년부터)이 선행되었고 그 학술지의 편집을 했던 분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된 것이 이 학회였다.
그 제1회 대회가 열린 곳은 교토대학인데 학회 당일 접수가 펑크 상태가 될 정도로 예상 외의 성황을 이루었다. 그 때의 열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기획 중의 하나로, KJ법의 창안자인 카와키타 지로(川喜田二郎) 선생님을 둘러싼 심포지엄이 있었는데 회장에 들어 가지 못하는 사람도 생겨, 그것 때문에 소리를 지르며 클레임을 거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카와키타 선생님이 “KJ법은 세계를 평화롭게 하지요!”라고 말씀하신 것에 강렬한 임팩트를 받았다. 보텀업(상향식)으로 가다듬어 가는 대화의 프로세스를 공유하면 거기에는 자연스럽게 의견의 차이를 초월하는 관계가 생긴다고 말씀하시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 자신이 학회에 당초부터 깊이 관계하여 왔지만, 실은 설립시에는 조금 위화감도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질적심리학(Qualitative psychology)」이라는 명칭이다. 통상 「○○ △△ 학」이라고 말하는 경우 「○○」에는 연구의 대상 「△△학」에는 연구방법 내지는 접근방식을 나타내는 명칭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인지심리학」이라면, 「인지」를 대상으로 심리학의 방법으로 어프로치하는 분야이고, 「문화인류학」이라면 「문화」를 대상으로 인류학의 방법으로 어프로치하는 분야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질적심리학」은 「질적」 그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심리학 이외에도 질적 연구라고 불리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사회학·문화 인류학·간호학·교육학 등, 더 나아가 이과계 분야에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일본질적심리학회는 심리학자 이외의 회원도 많고, 실질적으로 일본에 있어서의 질적 연구분야를 견인해 온 것도 사실이다. 양적인 데이터로는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제반 활동의 질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은 인간연구를 하고 있는 자로서 당연하고 필연적이다. 오히려 그것들을 양적인 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으로 인한 손실이 얼마나 많은지 질적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양적 연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양적 연구라야 분석이 가능하게 되는 현실도 있을 것이다.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는 물리학의 방법을 모범으로 해 온 부분이 있어 정신물리학 측정법이라는 것까지 짜내어 온 역사가 있다. 나도 그러한 심리학을 1980년대의 학창 시절에 배운 한 명이지만, 인간연구에서는 아무리 해도 그것에 맞춰지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느껴왔다. 21세기에 들어 일본질적심리학회가 창설이 된 것은 그러한 질적 연구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높이고, 확장과 안착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것임에 틀림 없다.
일본질적심리학회가 「일본질적연구학회」로 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질적심리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심리학」은 우리들 편자저 3인에 의지해 비롯된 디시플린이기도 하지만, 물론 「심리학」 이외를 배척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또한 「아시아」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는 것은 아시아의 극히 일부, 후술하는 바와 같이 한자 문화권 나라들(그것도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다)이다. 또한 향후 네트워크의 확대에 대한 기대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조금 너그럽게 봐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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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한국에서도 질적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들었다. 그러나 하나의 학회가 온전하게 질적 연구에 임하는 연구자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심리학회에서 매년 질적 연구에 대한 섹션이 있으며 논의가 쌓여 가고 있는 것 같으며 이 책의 편자의 한 사람인 오선아 선생도 여기에 몇 번 참가한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심리학회 속에서 질적 연구 전문위원회 설립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21세기에 들어 와서 사회학 및 교육학 등의 분야에서도 질적 연구가 자주 실시되고 그 연구방법에 관한 책도 많이 번역 출판되고 있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사회학·교육학·심리학·인류학을 중심으로 질적 연구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질적 연구를 위한 학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집필자 중 한 사람인 중국의 편성남 선생에 따르면 중국의 질적 연구는 대만에서의 질적 연구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연구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안으로 인터뷰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적으로 질적 연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을 들었다. 실질적으로 질적 연구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위한 학회 등에서의 논의의 축적은 아직이며 앞으로 움직여 나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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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언급했듯이 이 책에서는 일본·한국·중국·대만·베트남 연구자 각 3명에게 논고를 기고 받았다. 이러한 나라와 지역은 한자 문화권이라는 공통성이 있다. 일본에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베트남어도 많은 단어가 중국에서 들어온 한월어이며, 알파벳 표기를 하는 베트남어의 70% 정도는 한자로 쓸 수 있다.
또한 이번에 일본·한국·중국·베트남 이외에 대만도 더해진 것은, 물론 정치적 의도는 없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것이 중국의 국가로서의 입장이며, 일본도 그것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대만은 중국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문화를 키워온 역사가 있고, 학술연구에서도 그러한 면이 있을 것이다. 그 현실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대만도 참가했다는 것을 미리 알려두고 싶다.
이번의 집필자들은 반드시 각 나라나 지역의 질적 연구자의 대표자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각 모두 우수한 연구자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편저자들과의 개인적인 인연 속에서 집필을 부탁한 경우가 많았다. 그 중에는 책의 논고를 집필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젊은 연구자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논고를 읽음으로써 이러한 동아시아의 질적 연구의 확대와 바리에이션을 감지할 수가 있을 것이다.
각 집필자의 논고에는 다른 집필자의 코멘트를 달고 있다. 그 조합은 다른 나라·지역이 되도록 배려했다. 물론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으로부터 비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대화의 일단에도 주목해 주시길 바란다.
편저자인 우리들(이토·오·오키시오)로서는 이 책을 계기로 동아시아의 질적 연구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우리도 예를 들어 한국심리학회의 질적 연구의 섹션에 참가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으며, 이 책의 일본어 이외의 번역본이 있기를 바란다. 또한 그 앞에 어떤 지평이 열릴 것인가, 그 자체에 편저자로서 기대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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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나카니시야 출판 야마모토 아카네 씨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다. 야마모토 씨와 편저자들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일을 하고 생활을 하고 있어서 몇 번이고 Skype로 편집회의를 열고 논의를 축적시켜 나가야만 했다. 또한 2017년 8월에는 이바라기 현의 츠쿠바 산록에 있는 호텔에 전원이 참여하여 합숙하고 모든 논고와 코멘트를 근거로 한 좌담회를 가졌다. 그러한 것들 위에 이 책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느껴주시면 감사하겠다.
좌담회를 실시하는 장소로 오선아 선생의 고향인 한국 제주도에서 했으면 하는 구상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현되지 않았다. 언젠가 그렇게 아시아의 바람을 직접 현장에서 느끼면서 질적 연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편저자를 대표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