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통영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아름다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 그 곳엔 도대체 어떤 마법이 숨어 있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통영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렇게 통영의 마법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처음 통영에 도착하여 만난 것은 거친 바람과 쓸쓸한 파도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장관이었던 한려수도도, 통영의 야경에서도,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통영의 마법을 믿었습니다. 통영의 과거를 상상하며 무작정 길을 걸었고, 동피랑 마을을 발견했을 때 ‘여기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동피랑 마을에서 내려다 본 통영항은 어떤 그리움을 자아냈습니다. 이곳에 앉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던 아이가 있지 않았을까? 그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매일 있는 일이라 그저 담담했을까?
그 궁금증은 우연히 자개공예 작가를 만나면서 풀렸습니다. 동피랑 마을에 살았던 뱃사람의 아들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자개공방에 갔고, 그 당시 잘 나가던 자개공예 기술을 배웠습니다. 뱃사람의 아들은 그때 배운 자개공예를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통영의 자개공예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자개공예품이 외면당했고, 수많은 자개공예 기술자가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자개공예는 우리가 다듬고 이어나가야 할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이며, 우리만의 예술입니다. 그것을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통영이 간직한 마법은 동피랑 꼭대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도 귀띔해 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