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영문학,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영 포에버: 25세의 신체로 영원히 젊고 건강하게》, 《신성한 소: 채식의 불편한 진실과 육식의 재발견》, 《호흡: 인간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숨’의 역사》, 《통찰력으로 승부하라》 등 다수가 있다.
소로의 직설적인 말투는 독자에게 통쾌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가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미국 같은 강대국의 정부를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나와 우리 정부의 관계는 어떤가? 우리 정부는 소로가 규탄하는 그 당시의 미국 정부와 조금이라도 다른가? 내가 내는 세금은 어디에 쓰이고 있는가? 나는 시민으로서 정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가? 정부가 더 나아지도록 돕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했는가? 내가 기대하는 정부는 어떤 모습인가? 결국, 나 같은 평범한 시민도 소로와 비슷한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산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전 작품의 매력은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서 우리에게 와닿는다는 것이다. 1849년 이후로 세상은 크게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로의 글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을 생각하면 세상이 어떤 면에서는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고도 인류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유혈 사태를 벌이고 있으며, 노예 제도는 철폐됐을지 몰라도 각종 악법이 아직도 시민들을 괴롭힌다.
소로의 말대로 전제 군주제에서 입헌 군주제로, 입헌 군주제에서 민주주의로의 발전은 개인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소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민주주의가 정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인가?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없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살면서 생각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소로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도 좋다. 정치에 관해서 아는 것이 없어도 좋다. 소로의 역작 <시민 불복종>을 피땀 흘려서 번 돈으로 세금을 내고 더 나은 정부를 꿈꾸면서 선거일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두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