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생으로 연희전문학교 문과 3년을 졸업. 한학자인 선친 월은 손병하 선생에게서 시종 가학을 전수했다. 30여 년 교직에 있다가 지병으로 사직하고, 시난고난 어렵게 지내다가 70세에야 건강이 회복되자, 그동안 답쌓였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젊었을 때부터의 숙제였던 우리말 성조의 난맥상을 바로잡는 평측平仄 고저의 법칙을 밝히고 있다.
최치원부터 정약용까지 옛 시인들의 마음을 우리말로 고스란히 되살려낸 《옛 시정을 더듬어 上, 下》, 진솔한 마음을 담은 한시 280수를 18가지 주제로 나누어 묶고 시조의 가락으로 번역한 《손끝에 남은 향기》, 동아시아 문학의 거대한 산맥인 이백과 두보의 시를 다시 조탁한 《이두시신평李杜詩新評》, 당시唐詩를 다루면서 특히 운율을 중시한 《노래로 읽는 당시》,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 출강하면서 역대 우수한 매화시 136편을 뽑아 다시 꽃피워본 《내 가슴에 매화 한 그루 심어놓고》를 펴냈으며 그 밖에 《다정도 병인 양하여》 《국역 충의록》 《청원시초淸苑詩抄》 《송강가사정해松江歌辭精解》 등도 펴냈다.
이 고서 속의 한자들은 우리말의 실어증에 빠져 있다. 본디는 정감 어린 고운 우리말이었건만, 그대로 적을 그릇이 없던 당시라서, 부득이 한자를 빌려 부호 삼아 썼던 것인데, 오늘날은 그를 해독하는 비밀 열쇠를 잃어버린 처지라, 알짬 같은 우리말, 우리 문학이건만, 부호 해독의 길이 막혀 후손들과도 소통이 아니 되니, 이런 비극이 어디 또 있다 하리오?
매캐한 어둠 속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골방의 고서들! 거기 어느 책이나 한 권 뽑아 아무 갈피나 한 대목 읽어보시라. 정겨운 사연들이 쏟아져나오는 거기, 천백 년 세월의 장벽을 훌쩍 넘어, 지척으로 다가서는 임들과의 만남이 어찌 정에 겹지 않으리오?
그님들의 때묻지 않은 고운 인정! 진정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고 간 그님들의 고운 넋들! 물질만능으로 비인간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있어, 그 자신들도 일찍이 몸담아 살긴 살았던, 그러나 삶에 찌들려 골몰하느라 이제는 가물가물 한가닥 그리움의 저편으로 멀어져간 그 '마음의 본향'에로 어느덧 성큼 다가와 있는 듯한, 정겨운 그 목소리! 거기 누가 있어, 고운 우리말로 말문만 열어주면, 굽이굽이 정에 겨운 사연들이, 실꾸리에서처럼 하염없이 풀려나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