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낮에 넘어졌던 자리가 어떤 문장을 쓰게 되리라는 예감 같은 것이었음을 밤이 되기 전에 알아차립니다. 무엇을 발아래 두고 무엇을 나무 위로 날려 보내야 할지가 완전히 뒤바뀌기도 합니다.
아홉 편의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 믿는다는 것, 아름다움에 관한 소망이 이야기 밑에서 변주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뭔가 불안하기도 한 그 느낌은 인물들의 맥박이기도 합니다. 생명, 뛰는 것. 그러니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좋은 점을 잃지 않으려는 분들께 이 소설이 가닿기를 바랍니다. 땀과 눈물, 그리고 사치와 고요가 우리와 함께하기를.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생각과 뜻, 상상을 나누었던 분들께 고맙습니다. 작품 속에 간간이 음악을 명시해두었어요. 단편 하나를 막 읽고 난 후, “그래, 이 곡을 들으며 뭘 좀 먹어야겠네” 하는 미지의 누군가를 떠올려봅니다.
P.S. 사람들이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요.
2020년 여름
사랑하고 질문하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