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사 강원을 나와 동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저서로 『우리말 법화삼부경』(역서), 『우리말 법화경』(역서),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네』, 『자비는 인연을 가리지 않네』, 『너를 위하여 밝혀둔 작은 램프 하나』(시집), 『엉겅퀴 붉은 향』(시집) 「연기법에 의한 공사상과 중도론 연구」(논문) 등이 있다.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이 서로 부대끼며 사그락거리는 소리처럼, 혹시는 아래로 아래로 절로 흐르는 산골 물소리처럼, 또는 깊은 계곡을 휘돌아나오는 바람소리처럼, 그렇게 살아오면서 기쁘고 슬프고 아팠던 순간순간들이 모였습니다.
마치 색색의 물감이 어우러진 팔레트인 양 갖은 번뇌로 인한 여러 삶의 자욱들을 선보이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긴 하나, 명멸하는 작은 불빛도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로 시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첫 시집이 나온 지 거의 이십여 년만에 처음 발표하는 셈이라서, 그동안 쓴 시들을 한꺼번에 모아 출간하려고 옛날 문학회의 지도교수님이셨던 조재훈 선생님의 시평까지 서둘러 받아 놓았습니다. 그런 다음에 출판사와 협의를 해보니 아무래도 분량이 지나치다 해서, 할 수 없이 이렇게 몇 편만 뽑아 인쇄하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밭에서 한 광주리의 상추를 뜯어오기는 했어도, 조그마한 식탁에 올리다보니 싱싱한 이파리만 조금 접시에 담아낸 격이라 할까요.
모쪼록 다소 많은 분량의 부족한 시 원고들을 바쁘신 와중에도 두루 읽고 해설하느라 애써주신 조 교수님께 감사의 합장을 올립니다. 또한 그 시평에서 언급된 시들을 위주로 몇몇 시편들만 뽑아서 보기 좋은 접시에 알맞게 놓아 식탁에 올려주신 우리글 출판사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 시집을 읽는 분들께 여름날 상추 한 움큼의 푸르름과 비타민을 전할 수 있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 2010년 깊어가는 가을날 남산 토굴에서 혜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