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플라톤 철학 연구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그리스 고전철학 원전 강독과 번역을 하며, 철학아카데미와 문화센터에서 서양철학 및 인문학 고전 읽기와 개론 강의를 하고 있다. 역서로《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공역),《크라튈로스》(공역),《플라톤의 법률 1, 2》(공역),《서양고대철학 1》(공저) 등이 있다.
《고르기아스》에서 플라톤은 철학과 정치가 연설술을 가교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철학은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앎을 추구하는 지적 활동이고, 정치는 시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 내는 실천적 활동이라고 볼 때, 양자는 당연히 연결되어야 하지만 플라톤 시대나 지금이나 가교의 역할을 해야 할 연설술과 대중매체가 문제다. 플라톤은 여기에 연루된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의 통찰과 해결책은 도덕적인 삶과 철학적인 삶이 유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깨우치고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성사에서 플라톤이 도덕적 삶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대하고 심화시켜 준 가장 위대한 도덕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르기아스》는 플라톤 철학의 가치와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도덕적 삶을 권하는 《고르기아스》의 특별한 매력과 호소력은 헬레니즘시대의 주석가 테미스티오스가 전하는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코린토스의 한 농부는 《고르기아스》를 읽고 즉시 농장을 버리고 아테네로 와서 자신의 영혼을 플라톤의 보살핌 아래 맡겼다는 이야기가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 속에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그렇거니와 짜임새와 서술 방식에서도 《고르기아스》는 플라톤의 여느 대화편을 넘어서는 특징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