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의 부재,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과연 행복한가?
최고급 호텔에서 소수의 VIP를 대상으로 한 자녀 교육 강연이나 지리산 산자락의 아주 작은 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진로 지도 강연에서도 학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을 느낄 수 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이들은 과연 행복하다고 느낄지 의문이 든다. 온 나라가 이토록 교육에 관심이 많고, 또 부모의 노후를 해쳐 가면서까지 자녀를 위해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다면 아이들은 당연히 행복해야 할 것인데 ‘아이들이 행복한가?’하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교실은 점점 첨단 시설로 바뀌어 가고 있고, 개개인이 돈을 투자하여 아이들의 학습량은 늘어가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대체 뭘까?
바로 제일 잘하는 1등이 누구인지를 찾으려고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 1등이 될 수 있는 분야, 즉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지 못하고 있다. 즉 ‘진로교육의 부재’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꿈을 꾸라고만 말할 뿐 꿈을 꾸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고 학습법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만 할 뿐 어떻게 변해 가는지는 알려 주지 않고 대학 입시 제도의 변화만을 이야기한다. 각자 타고난 소질이 있어도 학습 진도를 따라가느라 바빠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탐색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미래를 설계할 시간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은 모두가 노력하지만 행복해지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이제 교육 방향을 바꿀 때가 되었다.
최근 1~2년 사이 교육계에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우나, 진로교육의 의미 전달과 체계적 접근은 미흡한 상황인데다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현장도 많다. 지금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툭 터놓고 함께 ‘진로교육’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몇몇이 주도하는 진로교육이 아니라 국가 교육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논의가 교육 기관, 학교, 민간 등의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 계층, 특정 지역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