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실락원 기행』 『초혼제』 『이 시대의 아벨』 『눈물꽃』 『지리산의 봄』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광주의 눈물비』 『여성해방출사표』 『아름다운 사람 하나』,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1991년 6월 9일 4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비로소 나를 성취해가는 실존의 획득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믿는 것을 실현하는 장이며
내가 보는 것을 밝히는 방이며
내가 바라는 것을 일구는 땅이다.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것은 내게 있어 가리고 선택하는 문제를 넘어선 내 실존 자체의 가장 고상한 모습이다.
따라서 내가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작업은 내 삶을 휘어잡는 핵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일종의 멍에이며 고통이며 눈물겨운 황홀이다. 나의 최선이며 부름에의 응답이다.
나는 시를 쓰는 일이 여기가 될 수 있는 부자가 아니며, 그렇다고 시 쓰는 일을 통해서 누구에게나 선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못 가진 자신이 내내 가슴 아프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건 진실이 다 편한 것은 아니며 확실한 것이 다 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너그러움이 다 사랑은 아니며 아픔이 다 절망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내 실존의 겨냥은 최소한의 출구와 최소한의 사랑을 포함하고 있다.
이 첫 시집을 마무리하면서 긴장된 마음으로 또하나의 외로움과 멍에를 감내한다. 아직은 내가 너무 젊다는 이유만으로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용기를 갖는다.
지난 몇 년간 쓴 작품들을 편의상 4부로 나누었다.
1부는 근작이며, 2부는 78년에, 3부는 77년에, 4부는 데뷔 전후에 쓴 작품들을 선한 것이다.
끝으로 이 시집을 엮어내는 데 격려와 힘을 주신 최정희님, 운수자님, 김정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늘이 있기까지 나를 지켜주신 부모님과 수유리 캠퍼스의 스승님들 그리고 나의 미루에게 이 작은 정성을 삼가 바친다.
1979년 7월 무등산 기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