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이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수천 명이나 되는 전범(戰犯)들 중에서 교수대로 끌려간 자는 달랑 일곱 명뿐이야."
그 한마디에 좌중 분위기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숙연해졌다. 시인은 나를 바라보더니 계속 말했다.
"반드시 죽었어야 할 자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거라구."
시인은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이어 말했다.
"소설 쓴다는 사람이 뭐 하고 있는 거야? 고발정신을 발휘해 보라구."
이후, 나는 종군위안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우끼시마마루 호 폭침사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것도 그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