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충주사범학교 본과를 졸업하고, 경북ㆍ경남의 초등학교와 부산 시내 중ㆍ고등학교 상담 교사를 지냈습니다.
≪아동문예≫ 문학상 동화 부문 당선2002년으로 등단했으며, 동화집 《꽃물요정》 《하늘나라 우편번호》 《학춤 추는 할아버지》 《강아강아 달래?강아》 《하늘을 날아온 자장면》 《욕심꾸러기 왕과 생쥐 가족》 등을 펴냈습니다. 제27회 아동문예상ㆍ제32회 부산아동문학상ㆍ세종문학상 동화 본상2013년ㆍ문학도시 우수 작가상2012년 등을 받았으며, 한국문인협회ㆍ한국아동문학인협회ㆍ부산문인협회ㆍ부산아동문학인협회ㆍ크리스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아파트 올라오는 길가의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였던 벚꽃이 꽃샘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너울너울 춤추며 내려왔습니다. 아스팔트에 떨어진 꽃잎으로 하얀 꽃길이 되었습니다.
네 살 아기 송이가 엄마 손을 꼭 잡고 나들이를 갑니다.
송이는 휘날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보더니,
“엄마! 눈, 눈, 눈 온다!”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며 소리칩니다.
“아가야, 이건 눈이 아니란다. 꽃잎이야.”
“아니야, 눈이야. 저 봐, 눈이 모여 있네.”
송이는 엄마 손을 뿌리치고 소복이 쌓인 꽃잎 쪽으로 갑니다. 두 손으로 꽃잎을 뭉쳐 봅니다. 꽃잎은 송이 손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차지도 않고 뭉쳐지지도 않는 꽃잎.
‘그래, 이건 눈이 아니구나.’
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에게로 왔습니다.
“송이야, 엄마 말이 맞지? 눈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이 꽃잎은 저 봐, 벚나무에서 떨어지는 거야.”
“그렇구나. 그럼 꽃잎이 죽은 거야? 아, 불쌍해.”
“내년 봄에 다시 꽃이 핀단다. 그때 다시 보는 거야.”
송이는 금세 울상을 지었습니다. 두 손으로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고 허둥댑니다. 하지만 꽃잎은 약 올리듯 멀리멀리 도망갑니다.
“꽃들아, 안녕, 안녕, 울지 마, 내년에 꼭 만나!”
송이는 두 손을 흔들며 벚꽃에게 인사합니다.
송이는 어리지만 마음이 호수처럼 맑고 깊어요. 의심나는 건 꼭 물어서 확인해 봅니다. 하루는 송이가 아파트 정원에 활짝 핀 천리향에 코를 묻고 있었어요.
“네 이름이 뭐니? 이 좋은 냄새는 어디서 가져왔니? 아! 신기해, 흠 흠흠, 누가 줬을까?”
마트에 갔다 오시는 엄마에게 물어봤지요.
“엄마, 이 꽃 이름이 뭐야? 냄새가 참 좋아. 맡아 봐.”
엄마도 고개 숙이고 꽃냄새를 맡았지요.
“진짜 향이 좋지? 천 리까지 향기를 날려 보내 이름이 천리향이란다.”
“천리향, 천리향 이름도 예쁘네요.”
송이는 시간만 나면 천리향 곁으로 와서 꽃과 얘기를 나눴어요.
“엄마, 우리 춤춰요. 나무도 벚꽃도 슬퍼하면 안 돼요.”
“그러자꾸나. 꽃들도 좋아할 거야.”
엄마는 어린 송이가 기특하고 대견했어요. 양손을 잡고, 떨어지는 벚꽃 사이를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송이 엄마, 참 보기 좋아요.”
앞집 사는 혁이 엄마, 위층 사는 보람 엄마가 부러운 듯 말했어요.
“글쎄, 우리 송이가 벚꽃 떨어지는 게 슬프다며, 꽃들 즐거워하라고 춤을 추자네요. 호호호.”
“오, 어린 송이가 우리보다 속이 깊네요. 나도 춤추고 싶네.”
두 엄마가 합쳐 네 명이 깔깔 웃으며 춤을 춥니다. 삼박자에 맞춰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박수 세 번 치고, 왼쪽으로 세 번 돌고 박수 세 번 치고 어깨까지 들썩들썩 저절로 신이 났습니다.
벚꽃 잎도 기분 좋다는 듯 훨훨 나부끼며 춤을 춥니다.
“거참, 음악이 없어 서운하군.”
지나가던 멋쟁이 할아버지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신나는 음악을 틀어 줍니다.
“와우, 이제 잘 어울리네!”
할아버지는 껄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어린이 여러분, 네 살짜리 송이가 참 귀엽지요.
떨어지는 꽃잎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남을 배려하고 가엾게 여기는 송이와 같은 착한 심성이 바로 어린이의 본성입니다. 지혜로운 어린이는 꿈도 아름다워요.
이천십칠년 가을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