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는 문제의식을 통해 전통철학의 주제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N. Hartmann의 가치윤리학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관점이 사유를 근원적이며 포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체험을 하였다. 그의 가치에 대한 현상학적인 통찰은 윤리학의 물음들을 비판적이며 폭 넓게 수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전통적인 규범윤리학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성찰은 현대의 응용윤리학의 논의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4년 전 이 책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통적인 윤리학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와 현대의 응용윤리학의 논의들 사이의 연관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에 대한 하나의 시도가 이 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의 인간행위에 대한 이론으로서 역사성을 갖는 인간의 행위원칙을 전통적인 사유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통해 사유하려고 하는 윤리학의 문제의식이 A. Pieper의 이 책에서 잘 드러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짧다고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철학사에 대한 젠더관점의 비판적 성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이 책에서는 윤리학의 전통적인 물음들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젠더관점이라고 하면 보통 사회학에서 여성해방 문제를 다루기 위해 도입된 방법론이라고 알고 있었던 역자는 번역을 해 나가면서 이 관점이 철학적 진리를 드러내는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원활한 이해를 위해 다소의 '반역'을 감행했다. 혹시 반역이 지나쳐 저자의 본래적인 의도가 가려졌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역자의 책임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요구되는 이 때에 페미니즘 연구자들에게 이 책이 다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이 번역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냉정한 지적을 바란다. (2004년 7월 7일 알라딘에 보내주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