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소설 속 사람들은 외롭다. 가난해서, 친구나 사랑이 부재해, 혹은 비가 내리거나 세상이 두려워.
인간이 안전하고,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 걸어 들어간 제도. 가정, 사회, 그리고 강철로 만든 견고한 담장 안. 경계로 내몰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불안하다.
고독과 달리 외로움은 위안을 받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이 그들을,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사람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고, 타인의 도움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너무 쓸쓸하다.
삶이 그런 것이라 해도, 생명은 능동적이다.
약자에게 자꾸 가혹해지는 세상에서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능력과 역량이 다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약자인 우리 모두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위로가 될지 잘 모르겠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다.
그동안 쓴 글을 세상에 내보내니, 어쩐지 쓸쓸해진다. 이 산이 아닌가? 하고 다른 산을 올랐다는 장군처럼,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싶다.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 또한 쉬이 바뀌지 않는다. 깨진 사금파리가 칼날이 되는 법. 무딘 날로는 아무것도 베지 못할 것이다. 나의 어딘가를 날카롭게 벼려야 할지 찾아봐야겠다. 그것이 부디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