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서 철학(학사), 서양고전학(석사, 박사)을 공부했습니다. 서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고전 작품들을 소개해 오고 있으며, 지금은 경남대 연구교수와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쓴 책으로 《그랜드투어 그리스-고전학자와 함께 둘러보는 신화와 역사의 고향》 《옛사람들의 세상 읽기 그리스 신화》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 《비극의 비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들이 있습니다.
불핀치와 함께, 불핀치를 넘어서!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는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신화집이고, 앞으로도 이 책의 인기를 넘어설 신화집은 없을 것입니다. 불핀치의 책이 이렇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이 책이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아주 풍성하고도 정연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고대 자료들을 다양하게 읽고 그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어느 한 부분이 아쉬우면 다른 자료를 이용해 채우고, 고대 자료들의 내용이 서로 중복되면 더 풍부한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불핀치의 신화집은 하나의 완결된 체계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불핀치 신화집의 또 다른 장점은 문체입니다. 저자는 옛 천재들, 특히 오비디우스의 뒤를 이어 개별 이야기들의 매력을 부드러운 필치로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어떤 연령대의 독자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로 꼽을 만한 장점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근대 문학에 끼친 영향을 불핀치가 꼼꼼히 확인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신화가 여전히 우리 속에 살아 있고 고전 시대의 문화적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 책에 인용된 영시들을 보면서 이 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신화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출발점이고, 신화 내용을 다시 찾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전입니다.
불핀치 신화집은 전래하는 이야기를 약간 순화시킨 판본입니다. 고대 세계의 진실과 그 잔혹함까지 알고자 하는 사람은 불핀치 신화집을 넘어서기도 해야 할 것입니다. 신화적 전통이 현재에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하려는 사람도 불핀치 이후에 창작된 작품들은 따로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불핀치와 함께, 그리고 불핀치를 넘어서 다채롭고 심오한 신화의 세계를 누리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