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소개
저 아스라한 미소년 시절
세계문학 전집 벼락에 감전된 후
예순의 중턱을 넘어오기까지
절름절름, 불편하게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인의 길은 불편하다 어쩌면
자본의 시대에 시와 시인은
등 굽은 노인 취급되기 일쑤여서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무명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을 상재하는 즈음에도
여전히 불편해지는 건 우선 나 자신,
하지만 내 몸 어딘가에 있을 시한폭탄
이 세상 어딘가에 묻혀 있을 지뢰
아슬아슬 피해 다녀야 하는 고단함을 털어내고픈
막무가내 마음으로 세상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쓰윽 손 내미는 무례함을 용서해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