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많은 경험을 합니다. 그 경험의 많은 부분은 잊히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도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경험이기에 기억하는 것도 있고, 그냥 기억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경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 중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한 경험, 후대에 남기고 싶은 기억들은 기록으로 남아 역사라는 이름으로 전해집니다. 왜 우리들은 과거의 경험들을 역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쓰면서 까지 후대에 남기려 하는 것일까요?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반성해 봄으로써 현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 위에서 미래에 어떤 일이 나타날지, 또 미래에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모두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고 싶어 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학생들과 역사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재를 인식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하도록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대체로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이해시키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채로 교실에 앉아있고, 많은 학생들이 과거의 수많은 사실들을 의미없이 시험만을 위해 외우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저의 역량의 부족함이겠지만 사회구조적 문제인 입시위주의 교육현실과 현재의 우리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과거의 일로만 구성된 내용위주의 교과서도 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실인식 속에서 저는 조금 더 나은 역사교사가 되고자 학생들이 조금 더 흥미를 갖고 역사공부에 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 역사가 현재의 나의 삶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이 한국 근·현대사 만화교과서를 집필하게 된 이유입니다. 현재와 가까운 시대의 경험일수록 더욱 생생하게 기억되고, 현재의 우리의 삶과 더 직접적인 연관을 맺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