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에타 마시나를 보고 있으면 찰리 채플린이 생각난다. 비참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꿈꾸고, 비애감 섞인 천사의 미소를 지어 보일 줄 아는 전무후무한 두 배우다. 줄리에타 마시나를 영화 사상 최고의 코미디 배우(물론 그녀는 드라마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배우지만)로 꼽아도 이를 제기할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그녀의 코미디 연기는 영화의 내용이 비극적일수록 더욱 빛을 발하니 다소 아이러니 하다. [길]에서 보여준 백치 소녀 젤소미나 역은 마시나와 그녀의 영화를 한꺼번에 상징하는 대표작이 되었다. 줄리에타 마시나는 출연작의 대부분을 그녀의 남편 페데리코 펠리니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처음 두 사람은 시나리오 작가와 라디오 성우로 만났다. 펠리니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 [Pai- san]에 마시나가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1946년 두 사람은 결혼하고, 펠리니가 1993년 병으로 죽을때까지 평생을 함께 한 금술 좋은 부부였다. 그리고 펠리니의 죽음 5개월 후 그녀 역시 사망한다.
칸느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던 [카비리아의 밤]에서 마시나는 다시 한번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순진한 창녀 카비리아를 농락하는 세상을 씁쓸하게 표현한 영화로 전후 리얼리즘과 코미디를 섞은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