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깊다.
타인을 시기하는 데 마음을 너무 빼앗겼다.
먹고사는 데 급급하여 앞뒤 가리지 못했다.
터무니없는 일에 분노하고, 분노해야 할 일에 무심했다.
그러면서도 수치심조차 없었다.
이러하니 종신형 귀양살이를 자청해야겠다.
온 산을 연초록으로 뒤덮어 가는 나무들은 얼마나 두근거리는가.
마을을 품에 안고 다독거리는 저녁의 산그늘은 얼마나 그윽한가.
저 두근거림과 그윽함이라면 유배지로 손색이 없겠다.
봄눈에 수런거리는 대나무들이나
해거름을 날아가는 새가 가끔 원고 청탁을 한다면
귀양살이도 내내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