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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양근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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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문학 속 두 이야기>

박양근

부경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 1993년 ‘월간에세이’에서 에세이스트 천료. 2005년 ‘문학예술’ 문학평론가로 등단. 국제펜한국본부 부이사장, 부산국제문학제 집행위원장, ‘월간문학’ 편집위원,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수필문인협회장 역임, (현)영남수필학 회장, 부경수필문인협회 지도교수.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 회원. 저서로는 《백화화쟁》, 《서 있는 자》, 《문자도》, 《작은 사랑이 아름답다》, 《풀꽃처럼 불꽃처럼》, 《미국 수필 200년》, 《한국산문학》, 《영미신문》, 《현대영문학개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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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잊힌 수필, 묻힌 산문> - 2017년 2월  더보기

그들을 위한 초혼 어둡고 어둡다. 그들에게 광복은 영광의 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컴컴한 망각의 문 안에 갇히는 날이었다. 그 후, 세월과 더불어 그들에 대한 기억 자체가 사라지면서 그들의 문학도 후손의 발길이 끊긴 무덤처럼 잊혀졌다. 반쪽뿐인 산과 들에 봄이 찾아오면 야생꽃이 무성하고 새들이 우짖었지만 남겨진 원고지 위에는 황량한 먼지만 쌓였다. 망각의 동토였고 망혼의 사막이었다. 그들을 태어나게 한 땅이 그들을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지났다. 남쪽 문학계와 학계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서구 가치가 현대적이라는 명분으로 한때 우리의 피와 살이었던 문학을 잊었다. 사람은 문학이 있든 없든 살기에 불편하지 않지만 민족혼은 선지자 격인 작가들이 남긴 말과 글을 먹고 산다. 민족의 근육이 역사의 시련을 이겨내고 혼불이 있어 오천년의 역사를 지켜오지 않았더냐. 그들은 민족의 역사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나타났다. 그리고 글을 썼다. 특히 봉건주의와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동양문화와 서양문명이 소용돌이치던 개화기에 유난히 많이 등장하였다. 그들이 근대문학 작가들이고 그들 중 일부가 수필·산문가들이다. 또 그들 중 일부가 월북하거나 납북당하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 남북 분단기, 철과 죽의 장막기를 거치는 동안 북쪽에 남겨진 수필가와 산문가들도 있다. 남과 북 양쪽에서 반체제작가로 낙인찍힌 그들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는 정치적으로 분명 수치스러운 암흑기이다. 그러나 문예사조사에서는 더없이 풍요로운 시기로도 볼 수 있다. 당대의 청년 지식인들은 동경으로 유학하여 유럽과 미국의 신문예와 중국과 러시아의 사회주의문학을 섭렵하였다. 서울로 돌아온 그들은 습득한 신문물과 신문학을 한반도 현실에 적용하였다. 경성은 동서양 문예사조의 중심지가 되었다. 다양하고 활발한 문화적 교류는 한국 근대산문의 르네상스를 불러일으켰다. 봉건사상과 유럽의 아방가르드가 합쳐지고 영미문학, 불문학, 독문학, 러시아문학이 어울려 오늘날 포스터모더니즘에 못지않은 신문학이 생겨났다. 서정과 서사, 경수필과 중수필, 전통산문과 실험수필이 함께 개화하였다. 산문의 백가쟁명기였다. 당대의 시인과 소설가는 물론 평론가, 언론인, 예술가들은 자신의 시대관과 인생관을 수필과 산문으로 표현하였다. 문학은 시문(詩文)으로 이루어진다. 산문을 크게 나누면 소설과 수필로 구분된다. 시와 소설이 허구의 문학이라면 수필을 포함한 산문은 기록의 문학이다. 역사가 뒤틀리고 이념이 충돌하고 일상이 불안할수록 작가는 현실에 대한 심적 반응을 기록하기 마련이다. 수필이 가장 역사적이고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산문에 속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러한 산문을 읽지 않고, 또 연구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급변기 문학을 제대로 살필 수 없다. 6·25 전쟁 후 휴전협정이 맺어지면서 한국산문은 냉동기에 접어들었다. 다수의 산문작가들이 월북하고 납북당하면서 유라시아 대륙문학과 태평양 해양문학을 연결해주는 문학의 고리가 끊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남북 양쪽에서 상호 비방하는 국책문학이 장려되면서 민족적 산문은 아사지경이 되었다. 상대의 가치를 매도하는 가운데 남한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초연하려한-무관심한-신변수필이 다수를 이루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올해는 해방 72년을 맞이하는 정유년이다. 1988년 월북작가들의 문학이 해금된 지 어느덧 한 세대가 되어간다. 그동안 시와 소설에서는 월북작가들의 작품이 충분하리만큼 재평가를 받았다. 사상의 차이를 떠나 그들이 추구한 자유와 인간애를 점검하고 격변기의 작가적 삶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작품집 발간은 물론 그들을 기리는 문학제가 매년 열리고 문학비와 문학관이 곳곳에 세워졌다. 이유는 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문인이므로, 그들의 작품이 문학이므로, 그들의 삶이 곧 우리 역사의 일부이므로 그랬던 것이다. 그동안 납북작가들의 수필과 산문은 여전히 암흑 속에 묻혀 있었다. 수필이 여기(餘技)라는 이유로 문단의 경시 풍조가 적지 않았다. 시와 소설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이들 작가들이 쓴 수필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가에 눈길을 돌리지 못하였다. 더욱이 당대의 유능한 산문가들이 다수 월북함으로써 수필·산문을 발전시킬 인적 자원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문학평론가들의 수필평론 작업도 지지부진하였고 수필사를 더듬어 한국문학사를 제대로 정립하려는 노력도 미약하였다. 지금까지 한국수필계는 봉건수필에 대한 재해석에 주저하고 친일수필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문학적 가치 정립을 외면해 왔다. 그 여파로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기의 한국산문은 문학사에서 묻혀버리거나 잊히는 비운을 당하였다. 이제라도 잊힌 수필작가와 묻힌 산문가를 우리의 서가로 초청하는 일은 해금산문작가들에 대한 정당한 예우일 뿐 아니라 한국수필사를 보다 탄탄하게 다지는 전기가 되리라 믿는다. 『잊힌 수필, 묻힌 산문』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분단의 비애와 작가의 서정”을 토로한 작가들을, 제2부는 “문학은 혁명의 깃발”이라는 제목으로 사회주의 산문을 발표한 작가들을, 제3부는 “인텔리 문학의 갈등”으로 당대 지식인의 내외적 갈등을 보여준 작가들을 다루었다. 제4부는 “기획 부록” 형식으로 이상(李箱)과 한흑구의 수필과 산문을 소개하였다. 감히 이 책을 초혼의 심정으로 집필하였음을 밝힌다. 자료의 부족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전문 연구자보다는 일반 독자를 위한 것이므로 강호의 넓은 아량을 부탁드린다. 그간 『잊힌 수필, 묻힌 산문』이라는 제목으로 납·월북 산문가들을 소개하고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기획·출판하여 준 <수필세계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면서 앞으로도 관심과 연구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2017년 정유년 구정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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