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의 역사는 생물학에 어떤 지식이 포함되고,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어떻게 변해 왔는가를 기술하는 것이다. 생물학의 지식은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자연환경에서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시작되었다. 생물학의 역사는 인류가 이루어낸 여러 학문들의 역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역사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술하는 학문이다. 역사가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왜 일어났는지를 해석한다. 역사는 과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현재를 더 잘 이해하고 미래를 더 잘 전망하려는 시도이다. 그래서 역사는 인류를 발전시키는데 지대하게 영향을 준다.
생물학은 21세기 과학혁명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생물학은 공학을 비롯한 여타 학문들과 결합하여 인류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자연환경이 손상되거나 자연재해가 심각해지면서 인간중심의 해법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불안함을 드러내고 있다. 거기다 유전공학은 때로 예기치 못한 어떤 두려운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앞으로 생물학의 연구가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미래 생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물학의 역사를 더욱 잘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역자는 우리나라에 생물학의 역사에 대한 책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물학의 역사를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시대적 흐름을 한 권에서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이 많지 않았다. 일부 책들은 생물학 분야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지 않았거나, 일부 책들은 진화와 같은 단일 주제만을 다루었다. 또 일부 책들은 생물학 지식을 위주로 저술하여 역사적 발견의 시대 문화적 배경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역자는 이 번역서가 나름대로 여러 책들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책으로 평가하였다.
이 번역서는 원서 저자가 머리말에서 설명한 대로 다른 생물학사 책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먼저, 생물학은 어렵고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생물학의 주요 발견들을 찾아내고 읽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하였다. 이 책은 내러티브 방식으로 서술하여 역사의 명확성과 연속성을 갖추었다. 또한 이 책은 생물학 발전에 영향을 준 시대정신의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해석하고 발전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기술하였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생물학이 생물학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없음에 따라 생물학 발전에 영향을 준 여타 다른 과학 분야에 대해서도 주목하여 연관되는 내용들을 서술하였다. 이렇듯 이 번역서는 시대별 생물학 지식이 어떤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발견되고 발전되었는지에 대한 시사적 의미를 포함시켜 흥미진진하게 기술하였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역자는 원서에 없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이 원서의 저자는 시대별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름을 소개하였고 그들의 일생과 이루어낸 업적에 대한 내용을 저술하였다. 역자는 원서에 소개된 과학자들의 출생국가, 출생연도, 대표적인 역할과 전문 활동, 사망연도에 대한 기본 정보를 각주로 추가하였다. 또한 역자는 소개된 과학자들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할 때 영어를 위첨자로 포함시키는 편집방법을 선택하였다. 주요한 단어들도 영어를 위첨자로 포함시켜 편집하였다. 역자가 선택한 추가 정보나 편집방법은 독자들에게 원서의 내용을 가능한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의도였음을 밝힌다.
이 책을 번역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정기간 집중적으로 작업하지 못한 탓도 있었고 또 원서 저자의 고유한 문체를 정확하게 번역하기도 쉽지 않았다. 역자는 노력과 능력의 부족함으로 만만치 않는 과정을 거치면서 번역작업을 완성하였고,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을 때는 그동안 쌓였던 부담을 털어내고 안도하는 마음이었다. 이렇게 번역을 더디고 어렵게 완성하였기에 도움을 준 많은 분들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처음 이 책을 번역할 것을 결정한 시점에서 함께 동참해 준 서정희 박사님에게 감사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바쁜 연구일정 중에도 선뜻 시간내어 초고 일부를 번역하여 작업을 시작하는 데 큰 힘을 보태주었다. 그럼에도 번역작업은 완성도를 높이지 못한 채 몇 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타슈켄트국립사범대학교 이유미 교수님이 1장부터 에필로그까지 책 전체를 수개월에 걸쳐 촘촘하게 검토하고 날카로운 의견을 보내주었다. 부산대학교에서 생물학사 강의를 수강한 생물교육과 대학원생과 학부생들도 번역본 교재로 공부하면서 번역의 오류와 오탈자를 찾아내주었다. 이 분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 번역서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한 번 더 표하고 싶다. 아울러 코로나 시대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번역서를 흔쾌히 출판해준 도서출판 박영사와 편집부 전채린 차장님에게도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부디 이 번역서가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물학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시대적 배경을 해석하여 미래를 전망하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역자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022년 10월
역자를 대표하여 서혜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