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던 20대의 어느 날, 명동 한복판 노점에서 장사를 하던 젊은 청년을 만났다.
그의 치열한 삶이 보석 같아 보여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친구가 놓고 간 대본을 보고 작가 공부를 시작했다. 큰아이를 업고 쓴 생애 첫 대본이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되어 작가로 입문했다.
생활이 궁지에 몰리자 작가 생활을 접고 동대문시장 옷장사로 뛰어들었다. 그때 목표는 오천만원을 버는 것. 돈만 있으면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작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되자 꿈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사업에 골몰하는 사이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자식으로서 누려야 할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집을 나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혹독한 가난, 배고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견뎌가며 시나리오를 썼고 작가로 복귀했다. 세상일 겪을 것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매번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곤 한다. 그때마다 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내세에 또 다시 죄 많은 영혼으로 태어날까봐 두려워서 죽는 날까지 죄 짓지 말고 살자고 다짐하고 있다.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소설 형식의 자기 계발서『프라다 가방을 든 노숙자』(위즈덤하우스, 2009), 『법정스님의 인생수업』(법정기행의 개정판, 마더북스, 2011) 등 현재 장르를 넘나드는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때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내게 채찍질처럼 다가왔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맞은 자국마다 시퍼렇게 피멍이 들 정도로 혹독한 아픔으로 『무소유』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삶이냐?’” - p.5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내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죽는다면 울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삶을 돌아보았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매번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니 후회와 미련뿐이다.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일까?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 무엇을 해야만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 p.7
“(강원도) 오두막 아래에 빈 터를 닦고 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고, 무너지면 다시 쌓아 올리면서 법정 스님은 무척이나 행복하셨을 것 같다. 행복이나 기쁨이 거창한 무엇을 이루어서가 아니라 소소한 삶의 기쁨, 평정심을 가진 마음가짐, 비워내고 또 비워내면서 어떤 순간에도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나도 알기 때문이다.” - p.317
“법정 스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 여행을 하면서 나는 정말로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었다.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나와 만났고 내 기억들이 그것을 기억하는 줄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밖으로 흘러 나왔다. 글을 쓰다가 멈추고 혼자 흐느껴 울기도 했고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는 그동안 미워했던 내 자신을 다독여 끌어안았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내 삶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 p.318
“법정 스님의 입적과 함께 나의 내면의 울림으로부터 시작된 여행길에서 나는 나를 만났다. 나는 병들어 있었다. 나의 마음병은 무엇이든 바라는 게 있으면 더 갖는 것만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생긴 병이었다.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감히 비워내지 못했기에 생긴 욕심의 병. 마음 치유를 위한 이 글을 쓰면서 그것이 나는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 p.321
-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