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님이 언제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있는데, 아는 사람이 그 환자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해왔어. 그래서 오늘 ‘하느님! 제 체면을 봐서라도 살려주십시오. 사람들은 추기경이 기도하면 뭔가 다를 거라 믿습니다.’며 떼를 썼어.”
김 추기경님은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낮을 대로 낮아져 더 낮아질 데가 없을 것처럼 자신을 낮추십니다. 아둔하게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더 이상 낮아질 데가 없어서 나무처럼 땅 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린 분이시라는 것을.
책을 엮느라 추기경님의 글과 말씀을 훑어보면서 그분의 겸손과 시대적 통찰력에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오래 전에 남기신 말씀인데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애타게 목말라하는 이야기를 하늘나라에서 속삭여주시는 것처럼 생생하게 와 닿았습니다.
이 책이 길을 찾는 사람들, 고통을 겪는 사람들, 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