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제천 출생. 서울대학교 농업교육과(조경교사) 졸업 후 고려대학교 생명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시집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연작시 : 화전』 『슬픔이라는 이름의 성역』 『풍경의 분별』 『고라니 고속도로』 등이 있다.
보임과 보이지 않음, 그리고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수행을 흔쾌히 주고받으며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연을 발효시켜 따스한 손길 나누는 일을 지상의 행복으로 삼고 있다. 나무를 포함한 생태적 삶을 이루는 과정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며 정성스러움으로 다가서고자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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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에 서 있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기억을 가진다.
기억을 지워내는 유장한 세월의 강을 건너왔어도
다시 촘촘하게 새겨지는 게 기억의 지문이다.
흔적은 천년의 숲에 지금처럼 남을 것이다.
빗방울 하나에도 절절하던 멍울이 남아
맹수의 퀭한 눈으로 숲속을 응시하듯
천년의 숲이 말을 건다.
길들여진 모든 것을 묻고 야생으로 호흡하라고.
머문다는 게 세상살이의 큰 틀이라면
서성거리며 차지하는 잠깐 동안의 그것들,
머뭇머뭇 비우고 덜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