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배우로 잘 알려져 있는 야쿠쇼 코지의 연기 생활은 아주 소박하게 시작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도쿄 치요다 구청의 토목부 서기로 4년 간 근무했고, 공무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나카다이 다츠야가 주연한 연극 <밤주막>을 보고 연극에 매료된 것. 그 날 이후 야쿠쇼 코지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연기 학원인 무메이주쿠에 들어간다.
1978년, 연극 <오이디푸스 대왕>으로 데뷔한 야쿠쇼 코지는 1980년 <낫짱의 사진관>을 통해 브라운관에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198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오다 노부나가 역을 훌륭히 소화하면서 인기를 얻은 그는, 이어 <미야모토 무사시>의 주연을 맡아 스타로 자리매김한다. 또한 그는 이타미 주조 감독이 1985년 연출한 <담뽀뽀>에 특이한 음식 기호를 가진 야쿠자로 출연하면서 영화계에도 발을 들이게 된다.
영화계 진출 이후 평범한 중년의 외모를 지닌 야쿠쇼 코지는 실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1996년에 출연한 <쉘 위 댄스>에서 춤을 배우면서 삶의 숨겨진 재미를 찾기 시작한 중년 샐러리맨 역을 맡아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였고, 같은 해 오구리 코헤이 감독의 <잠자는 남자>에도 출연하였다. 이 두편의 영화로 1996년 일본영화상을 휩쓴 그는 이듬 해,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에 빛나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에서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살해한 뒤 뱀장어를 기르며 사회와 단절하며 살아가는 남자를 사실감있게 표현하였다. 또한 <실락원>에서는 불륜에 빠진 두 기혼남의 맹목적인 사랑을 연기하여 작가주의 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며 활발한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1995년 <가미가제 택시>에서 함께 작업을 했던 하라다 마사토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추었던 97년작 <바운스>에서 쾌활한 성격의 야쿠자로 분해 일본 사회가 가진 원조교제의 이면을 짚어냈던 그는 <큐어>에서는 살인사건을 조사하다가 자신 속에 내재한 악의 모습을 발견하는 형사로 등장하며 폭넓은 연기력을 과시하였다.
1999년 작품 <쥬바쿠>에서 금융비리의 한가운데서 대규모 은행의 개혁을 시도하는 중심인물로 등장했던 그는 2000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강령>에서 영적능력이 있는 아내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중년의 남성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펼쳤고, 이듬해에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에서 몸에서 물이 나오는 이상한 질병을 앓고있는 여인 사에코에게 집착하는 요스케로 출연하였다. 2003년 출연한 <도플갱어>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영화로 시카고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