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을 유지하는 깊은 심도 촬영과 장시간 촬영으로 편집을 대신한 보이지 않는 기교주의자인 윌리엄 와일러에 대해 앙드레 바쟁은 민주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의 감독이라고 말한다. 와일러의 심도깊은 화면은 관객들에게 스스로 관찰하고 선택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형성할 수단을 제공한다고 바쟁은 주장한다.
독일에서 태어난 윌리엄 와일러는 유니버설의 간부였던 친척의 초대로 미국에 가 1928년 미국 시민이 됐다. 조감독으로 영화비즈니스를 배웠고, 주로 웨스턴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중요한 극영화 중 하나인 <나뉘어진 집 A House Divided>(1931)은 그의 영화임을 표시하는 많은 특징들을 보여준다. 배우들에 대한, 장치에 대한, 카메라에 대한 공간적 관계들은 표현적인 긴장을 만들어내고 영화의 기본 세트는 암암리에 역동적인 긴장을 표현한다. 계단 구성은 수직적으로나 깊이적으로 프레임을 채우기 위해 세심하게 고려됐다. 후에 촬영감독 그레그 톨랜드와 함께 작업할 때 그러한 공간에 대한 이해력은 더 고양될 수 있었다.
서머싯 몸의 <편지 The Letter>(1940), 릴리암 헬먼의 희곡을 원작 훼손없이 영화적으로 옮긴 <작은 여우들 The Little Foxes>(1941), 에밀리 브론테의 명작을 창의적으로 소화한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1939) 등 와일러는 주로 유명한 연극과 소설을 각색한다. 전쟁 이후에 와일러와 톨랜드의 파트너십은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1946)로 영예를 얻는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전쟁 후유증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세명의 퇴역군인 이야기는 심도깊은 구도와 장면화로 특히 유명해졌다. 와일러는 같은 동작의 반복과 셀 수 없는 재촬영을 통해 연기자들을 혹독하게 다룬다. 그와 세편의 작품을 같이 한 베티 데이비스는 <지저벨 Jezebel>(1938)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와일러의 작품엔 감독의 연출과 연기자 사이의 조화가 느껴진다. 당시로서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벤허 Ben Hur> (1959)는 최고의 걸작으로 남은 대서사극이다.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수상하며 대히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