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에서 태어났다. 부천대에서 사진을 가르치면서, 카메라를 펜처럼 편히 잡고 사진일기를 쓰자는 켐페인을 통한 사진교육에 힘쓰고 있다.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고 기획했다. 작품집으로 <돌사람>, 사진책으로 <카메라로 보는 방법> <사진일기> 등을 냈다. 사진일기를 쓰는 생활사진가들의 모임 에이티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지금, 사진으로 쓰는 일기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비결은
의식의 표면 아래에 있는 것들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다.
_ 줄리아 카메론
현실의 한 부분이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옮겨진 이미지 - 사진은 이제 우리 삶에 공기처럼 가까이 있다. 사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기록성을 통해 보도사진이 발전했고,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로서의 사진, 한 사람의 얼굴을 담아내는 증명사진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광고에서의 사진은 또 얼마나 중요한가. 이렇게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던 사진이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보통 사람들도 단순히 감상하는 입장을 넘어서서 직접 촬영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어린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카메라를 고급 장난감처럼 다루는 사진전성시대가 되고 보니 사진을 공부했으면 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이쯤에서 한번 나에게 물어보자.
내가 하고 싶은 사진은 무엇인가?
뉴욕 현대미술관의 전시기획자 존 사코우스키가 기획하여 1978년에 열린 '거울과 창(Mirrors and Windows, American Photography)'은 사진사에 길이 남은 전시다. 거울(Mirrors) 편은 자기 내면을 바라보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았고, 창(Windows) 편은 사진으로 세상의 진실을 탐색하던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하여 두 공간에서 전시가 이뤄졌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 언제나 한 쪽으로만 향할 수는 없는 법이다. 외부의 상황을 통해 자아를 성찰할 수도 있고, 내적 시선으로 바라본 사물을 통해 세상을 읽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기획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비판을 넘어서 이 전시가 역사에 기록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진을 통해서 대상을 바라보는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앞서 살펴보았듯 사진이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사진의 종류 또한 아주 다양하다. 만약 사진을 공부하고 싶다면, 사진을 통해서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 그 방향성을 잘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모두가 나름의 ‘사진 일기’를 썼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일기는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는 일이다. 기록하는 방법이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그날 경험했던 사건을 기록할 테고, 어떤 이들은 그날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 일기를 쓸 것이다. 어떤 이유로 일기를 쓰건 일기 쓰기의 중요한 특성 하나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작업을 할 때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결과 보다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며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 굳이 사진 일기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이다.
일기 쓰는 시간은 하루를 점검하는 때이다.
사진 역시 대상을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 대상을 잘 관찰하기 시작하면 파인더 안에서 그것이 새로운 이미지로 피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매일매일 사진을 찍다보면 그 대상을 통해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사진작업이 당신이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사진 일기라는 이름을 붙인 두 번째 이유이다.
사진 일기를 쓰겠다는 결심이 섰는가.
그렇다면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약속해야 할 것들이 몇 있다.
첫째, 사진의 결과에 대해서는 판단을 일단 보류해야 한다.
어느 것이 좋은 사진이고 나쁜 사진인지를 구분하려는 마음을 접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구도가 어떻고, 빛이 어떻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 되었다는 식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자는 거다.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은 달라지는 것, 좋고 나쁘고 맞고 틀리고는 없다. 사진과 충분히 친해질 때까지 평가를 미뤄두고 그저 사진에 흠뻑 취해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둘째, 충분히 찍는다.
사진 공부의 왕도는 많이 찍는 것이다.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니면서 카메라가 신체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사물이나 사건을 만났을 때 주저 없이 셔터를 누르는 습관을 들이자.
셋째, 찍은 사진을 자주 다시 들여다본다.
사진은 촬영할 대상을 선택하는 것을 시작으로 촬영 후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까지 계속되는 선택의 예술이다. 많이 찍는 것 못지 않게 찍어놓은 사진을 자주 다시 점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진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촬영 중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감각이 드러나기도 하고 나에게 부족한 기술이 무언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내가 해나가야 할 작업의 방향과 주제가 무엇인지 점점 더 구체화된다.
이런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카메라를 펜처럼 사용한다. 나를 스치는 대상들을 스케치하고, 떠오르는 감각을 하나하나 잡아내다 보면 마음 깊이 잠들어 있던 창조성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모쪼록 사진 작업을 통해서 일상이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