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신을 꿈꾸는 작가. 한 가지 소재마다 정교한 뼈대를 세우고 나서야 짜인 순서에 따라 부품을 조립해 놀라운 소설을 이루어 내는 완벽주의자.
르네 벨레토는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흑인 구역>에서 플라멩코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프랑스 이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뛰어난 음악적 감수성은 이런 어린 시절의 환경에서 비롯한다. 그는 문학과 음악의 세계에서 도피처를 구하여 환상 문학과 기타 연주에 몰두했다. 작가가 되기 전, 벨레토는 기타 교습을 하기도 하고, 영화평을 기고하기도 했으며, 프랑스어 선생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변신>을 꿈꾸었고, 글쓰기는 변신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처음에 벨레토는 시인이 되고자 했고, 훗날 [리옹에서 멀리]라는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1974년 그의 하이퍼리얼리즘적인 추리 단편을 모아 [죽은 시간]이라는 작품집을 출간하였으며 이 책은 그에게 장 레이 상을 안겨 주었다.
리옹의 특이한 환경에서 형성된 벨레토의 문학 세계는 그가 리옹을 떠나 파리에 정착한 이후에 빛을 발하게 된다. <리옹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유령처럼 돌아오다](81년 레테 상 수상),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82년 추리 문학 대상 수상), [지옥](86년 페미나 상, 리브르 앵테르 상, 최고 서스펜스 구텐베르크 상 수상)은 폭염이 짓누르는 8월의 리옹을 배경으로 고독하고 황량한 인간의 내면과 사랑의 부재, 죽음의 충동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늘 <변신>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추구해 왔는데 <변신>이라는 주제는 작품이 거듭될수록 명료해 지며 [기계]에서 절정을 이룬다. 벨레토의 소설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애로티시즘이다. 그의 작품에서 사랑은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미로로 진입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벨레토의 애로티시즘은 비장한 느낌마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