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현대작가 중 해외에 가장 많이 번역 소개된 작가인 레베르테는 1951년 스페인 항구도시 카르타헤나에서 태어났다. 정치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1973년부터 1994년까지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특파원 및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주요 국제분쟁이나 내전을 취재했다.
《경기병》(1986)을 통해 작가로 데뷔한 레베르테는 이후 《검의 대가》(1988)를 발표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잇따라 발표한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1990)과 《뒤마 클럽》(1993)이 유럽 출판계를 뒤흔들 정도의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스페인 대중문학의 기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뒤마 클럽》은 출간 당시 유럽에서만 2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그에게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를 안겨주었다. 또한 이 작품은 당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조니 뎁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 레베르테는 《독수리의 그림자》(1993), 《분쟁 지역》(1994), 《북의 껍질》(1995), 《코르소의 라이선스》(1998), 《항해지도》(2000), 《남부의 여왕》(2002), 《분노의 날》(2007), 《푸른 눈》(2009) 등을 발표하며 명실 공히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 상(언론 부문), 발롬브로사 그레고르 폰 레초리상, 온다스상, 프랑스 탐정소설 그랑프리상, 예술문학 기사상, 장 모네 유럽문학상, 스웨덴 추리소설 부문 한림원상 등 유럽 유수의 문학상들을 수상해 대중성은 물론 문학성까지 인정받은 그는 2003년에는 최연소로 스페인 한림원의 멤버로 선정되었다.
《공성전》은 작가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레베르테가 그간의 모든 기량을 발휘해 써내려간 작품으로, 철저한 고증으로 복원한 역사와 놀라운 상상력으로 펼쳐내는 미스터리가 한데 어우러진 장엄한 대서사시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여성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보지 못했고, 여성이 바라보는 세상을 직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쓰기로 했으며, 결국 이것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이번 소설의 수수께끼는 바로 여성이었다. 내게 있어 여성은 엄호해 줄 동료 하나 없는 낙오병이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줄거리이며, 그 낙오병의 이름이 바로 테레사 멘도사이다. 나머지 모든 것은 그저 부수적인 장식품일 뿐이다. 테레사 멘도사는 결국 내가 지금까지 알아 왔던 주변의 모든 여성들, 즉 어머니, 사랑하는 여인, 딸, 미망인, 그리고 내가 독서를 통해 만났던 수많은 여인들을 총 망라한 캐릭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