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도권의 기억은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에 따라 선택적이며, 사진 제도권 역시 사진의 사회적 기능 및 사진가의 대사회적 역할을 애써 무시해 온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무시되어 온 세계 사진사의 한 면을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진매체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이제까지의 믿음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진의 대사회적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이 책의 필자들은 사진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또 다른 방법을 보여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사진사는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거장 사진가들의 발걸음이나 그 제자들의 행진으로 보여지는 것을 거부한다. 사진사는 거대한 사회적, 경제적, 지적 지평의 한 부분으로 보여져야 하는 것이다. 필자들은 물적, 제도적, 사상적 분석을 통해, 역동하는 현대사진을 새롭게 이해하는 방법론을 발견하려고 했다. 보다 중요하게는 20세기 인류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 근대성(modernity) 안에서 사진의 역할을 조명하고자 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사진적 재현의 정치성뿐만 아니라, 그 의미 자체의 정치성까지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