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기실 내 소설 밑천은 언제나 할머니였다. 전업 작가로 10년을 버텨낸 건 오로지 할머니의 기억과 어휘를 야금야금 파먹으며 시치미 뚝 떼고 원고지에 무탈하게 옮겨낸 덕이었다.
아마도 작가 후기에 할머니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독자들에게만 마지막일 뿐, 나는 그녀의 삶이 끝날 때까지 곁에 붙어 앉아 열심히 주워듣고 집어삼키며 내 이야기의 밑천을 보존할 터이다. 그리하여 나도 내 글을 읽는 당신의 든든한 밑천이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