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같은 삶을 꿈꾸었고 소설을 잘 쓰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한참을 가다가 돌아보면 늘 그 자리인 것 같아 아득했다. 지금까지 간신히 소설가로서 연명하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작품집을 낸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런 나를 변명하느라 느리게 소설 쓰는 작가라고 말했다. 그래도 스스로 위안하는 것은 오랜 세월 소설의 길을 걸으며 아예 벗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때로 위축되고 두렵고 아득했지만 그 길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물이 빠진 길을 지나는 환희의 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길을 지나며 함께 환호성을 질렀던 벗들도 있었다.
세 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작품집은 유난히 나의 궤적들이 많은 것 같아 부끄럽다. 어느 평론가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남의 것처럼, 남의 이야기를 마치 내 것처럼 가장 잘 쓰는 작가라고 했다. 크게 공감했고 나도 그렇게 소설을 쓰고 싶었다. 독자들이 부디 그런 혼동 속에서 사랑으로 작품들을 읽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