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중 보건 의사이자 완화 의료 전문가.
윌트셔 시골에서 지역 보건 전문의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가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아버지의 진료소에서는 해마다 동네 아이들이 태어나고, 노인들이 눈을 감았다. 언제나 환자의 처지를 먼저 헤아리는 아버지를 보며 친절하고 인정 많은 의사상을 가슴에 새겼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알카에다, 콩고 내전 등 다양한 주제의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러나 1999년 런던에서 발발한 테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의대에 진학했다.
의사 면허를 딴 후 고된 응급실 근무를 자처하며 사람을 살리는 의학의 역할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환자를 사람이 아닌, 고쳐야 할 장기나 부속품 정도로 대하는 차가운 의료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에 무감했고,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들은 병원에서 쉽게 내동댕이쳐졌다. 결국 그녀는 환자 중심의 의술을 펼칠 수 있는 분야를 고심한 끝에, 동료 의사들이 꺼리는 분야이자 말기 환자들의 인간다운 죽음을 위해 애쓰는 완화 의료(호스피스)를 전문으로 삼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흔히 호스피스 업무가 무척 힘들고 우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에 저자는 그와 정반대라고 대답한다. 호스피스에는 용기와 연민과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 본성의 선한 자질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존재한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서도 최선의 모습을 선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저자는 호스피스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2017년 아버지의 대장암 투병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겪으며 사랑이야말로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며, 이별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헌신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의 운명임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호스피스 환자와 보통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단 하나뿐이다. 그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가진 것처럼 산다는 것. 이 책은 의료의 본분을 몸소 보여 주는 따뜻한 호스피스 의사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살았던 환자들과 아버지에게서 배운 삶과 사랑의 의미를 담았다. 선데이타임즈 top 10 베스트셀러, 2020 코스타 바이오그라피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가디언 선정 2020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