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그래픽디자이너. 1932년 도쿄에서 태어나, 고베예술공과대학 명예교수, 고베예술공과대학 아시안디자인연구소 고문을 지냈다. 도쿄예술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부터 1967년까지 독일 울름조형대학 객원교수로 있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잡지, 레코드자켓, 전시회 카탈로그, 포스터 등 문화적 활동을 주제로 한 디자인을 시작했고, 1970년 무렵부터 북디자인에 힘을 쏟았다. 이와 동시에 변형 지도인 ‘부드러운 지도’ 시리즈, 문자나 기호, 그림 등을 조합한 시각전달의 형태를 독자적인 관점으로 정리해 완성했다. 디자인 작업과 병행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론, 만다라, 우주관 등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도상 연구, 지각론知覺論, 음악론 등을 전개하며 저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광범위한 도상 연구의 성과를 디자인에 도입하여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영향을 끼쳤다. 또한 아시아 문화를 소개하는 다수의 전시회를 기획, 구성, 조본造本하였고, 국내외 강연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디자이너와도 밀접하게 교류하였다. 1955년 닛센비상日宣美賞, 1962년 마이니치毎日산업디자인상, 1982년 문화청 예술선장 신인상, 라이프치히 장정 콩쿠르 특별명예상, 1977년 마이니치예술상, 2005년 오리베상纖部賞 등 다수의 상을 받았고, 1997년 문화훈장紫授褒章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일본의 형태・아시아의 형태 日本のかたち・アジアのカタチ』, 『생명의 나무・화우주生命の木・火宇宙』, 『우주를 삼키다宇宙を呑む』, 『우주를 두드리다宇宙を叩く』, 『다주어적 아시아多主語的なアジア』, 『아시아의 소리・ 빛 ・몽환アジアの声・光・夢幻』, 『문자의 영력文字の霊力』, 『문자의 우주文字の宇宙』, 『문자의 축제文字の祝祭』, 『아시아의 책・문자・디자인アジアの本・文字・デザイン』, 『질풍신뢰・스기우라 고헤이의 잡지 디자인 반세기疾風迅雷- 杉浦康平の雑誌デザインの半世紀』, 『문자의 미・문자의 힘文字の美・文字の力』, 『시간의 주름-공간의 구김살... ‘시간지도’의 시도時間のシワ・空間のシワ ...『時間地図』 の試み』등이 있다.
인간은 빛을 향해 걷는다.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에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지나온 두 걸음은 잊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나온 두 걸음은 천 년 이천 년 혹은 만 년 단위에 이르며 자신의 몸을 형성한 인자因子들이다.
일본 민속문화의 바탕에는 중국적인 것, 한국적인 것, 인도적인 것,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민속문화가 흘러들어 있다. 역사를 힘껏 밀어올려 의식을 깊이 집중하여 화제를 찾다보면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인도인, 그리고 일본인은 모두 두터운 공통성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시아에 가서 아시아를 체험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느끼는 것은, 지나온 한 걸음 두 걸음에 주목해 대화나 감성의 수준을 깊이 내려 되짚어나가다 보면, 풍부한 공통성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토대로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으면 서로의 관계도 두터워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