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대도 머지않아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 생각하라. 그대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거나 심각한 번민에 빠져 있을 때라도, 당장 오늘 밤이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그 번민은 곧 해결될 것이다. - 톨스토이
어느 날 죽음이라는 것이 예고도 없이 내 방문을 노크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소중한 것이 되고 가장 소중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하는 감정의 변화 앞에서 그때서야 난 죽음이란 것과 직면한다. 죽음이란 건 필연이라는 게 진실임을 알면서도 난 그것과는 무관한 사람인 줄 알았다. 죽어보지도 않고 죽음을 정의하는 건 월권이며 사기라고 생각했다. 죽음은 어떤 면으로는 삶의 연장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에 분노했다. 어느 날 갑자기 훼방꾼처럼 내 삶을 침식해버린 영육의 진통으로 난 꽤 오랫동안 죽음과 친구처럼 살기로 작정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우리의 동거는 봄을 몇 번쯤 만날 수 있을까. 여러 유형의 죽음을 이야기로 그려보며 나는 그 죽음이란 친구와 좀 더 친하게 지내볼 요량이다. <이제 우리 그만 살까요>는 나의 간절한 버킷리스트였다. - 2025년 입춘 즈음, 박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