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8월의 식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아령 하는 밤》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회색문헌》 《두고 온 것》, 장편소설 《리나》 《라이팅 클럽》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부림지구 벙커 X》를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람을 바꾸는 건 다름 아닌 날씨,라고 나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몇년 전만 해도 지구 온난화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지만 지금도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 4년 전쯤에 갔던 베이징 풍경.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바깥으로 나와 보니 퇴근 시간 무렵이었고, 스모그로 인해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베이징 시민들이 자전거로, 도보로, 집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자전거가 내 몸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재해란 무엇인가. 어린아이들 표현대로 정말 지구는 아픈 걸까. 재해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재해가 과연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미 모든 걸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재해 시 사람은 얼마나 인간적일 수 있을까. 뜻밖에 일어난 재난은 어떤 계급이나 격차를 한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재난과의 동거는 늘 더 어려운 쪽의 몫이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재해가 나기 전부터도, 지금도, 평생 동안 재해를 앓듯 살아간다. 이쪽에서나 저쪽에서나 모두들 그저 묵묵히 살고 있을 뿐인, 그림자 같은 착한 사람들이 이 소설에 있다. 나는 부림지구라는 허구적 공간 안에서 그들의 조용한 움직임을 따라 다녀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