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2집을 내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더위를 겪으며 올 여름을 넘겼다. 주위의 정든 이들이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한 번 자연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 뙤약볕아래서도 잔디는 파랗게 자라나고 뒤란의 고추는 주저리 열려서 빨갛게 익어주었다.
가을에 책을 내고 싶었다. 그동안 쌓여있던 글들을 묶어서 선선한 계절에 세상구경을 시키려고 봄부터 늦장을 부렸다.
수필 1집의 내용은 그리움과 자연에 대한 글들이 많았다. 수필 2집의 내용은 아마도 내게 힘든 일이 많아서 삶의 애환과 인간관계의 회의감에서 비롯된 글들이 많은 것 같다. 나이 들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자주 생기고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항상 겉도는 것 같은 시골생활에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늘 피곤하고 지친다. 그래서인지 늘 쫓기듯이 바쁘다. 한가로워서 고독하던 젊은 날이 그립다. 베짱이가 개미의 삶을 살수는 없는가보다. 그렇다고 갓 피어나려는 꽃송이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식재료를 생각하면 복잡한 시내는 살고 싶지 않다. 나이에 맞게 일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
책이 넘치는 세상이다.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책을 내기가 조심스럽다. 출판비를 보조해 주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감사드리며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책을 출판하신 <도서출판 실천>의 관계자 분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2024년 가을의 한복판에서
신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