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의 딸이자, 여름의 아내이고, 봄의 엄마입니다.
한때 내 계절의 전부는 겨울이었고, 어른이 되곤 여름을 만나 태양처럼 뜨겁게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따사롭게 꽃이 피던 어느 봄날에, 새봄을 만났습니다. 봄은 여태 내가 사랑했던 모든 계절들과 달랐습니다. 그저 어여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나의 계절이 뭐였는지 잊어버릴 만큼요.
나는 가을입니다. 가을의 짙은 색이 어느새 잔뜩 옅어져 나의 계절을 되찾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이제 가을도 제법 사랑해 보려고요. 가을은 때로는 쓸쓸하고 외로운 이야기를, 또 어떤 날은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