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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황돌아보니 흔들림의 시작은 내 나이 마흔쯤인 것 같다. 차종을 불문하고 앞 유리에 부착된 회사표식만으로도 업무를 위한 타 회사의 출입이 어렵지 않은 회사에 다녔지만, 흔들림은 바로잡히지 않았다. 혼미한 일상 속에서 희미하게 잡고 있던 무모한 용기로 결국 마흔 후반에 귀향을 감행했다. 땅의 바람을 하늘로 전하는 사람들 속에서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나의 한때를 가장 찬란하게 해주었던 아내와 두 딸을 도시에 남겨두고선 자발적 고립을 자초하면서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무겁게 내리눌린 무더운 한여름의 아스팔트 위로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팔짝거리는 하얀 멸치 떼의 소리를 보기도 하였다. 가을날 햇살은 해바라기 잎사귀 한 닢으로도 넉넉히 시원해짐을 알았고 웅크린 회색빛이 생명의 색깔임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의 희망을 격려하는 ‘인생 2모작’은 얼마나 낭만적인 표현이던가? 하지만 인생은 결코 다시 시작할 수 없음을 알았을 때는 자괴감만이 깊어져 갔다. 어지러운 심사를 다잡으려는 희망으로 벽암록을 구입했다. 깊게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다만 간절함은 있었다. 며칠 만에 벽암록의 마지막 갈피를 덮는 순간, 허술한 집의 처마 밑에 걸어두었던 풍경이 새벽하늘에 청아하게 울렸다. 흐름에 몸을 맡기는 생활은 때로는 부지런하기도 하다. 해를 만나는 것은 밭머리를 지나갈 때이고 달을 만나는 것은 밭머리를 지나올 때이다. 덕분에 현재는 내가 땅에 심어야 하는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피면서 살아간다. 오늘도 나는 발자국 소리를 보고 걸으며 하늘의 뜻을 땅에 심고자 나를 살피고 있다. ![]() ![]()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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