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반대하고 '제3의 길'로 불리는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주창해 온 영국의 사회학자.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유럽을 대표한 비판적 지성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전통적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정글'은 과거 냉전시대의 양극체제에 적합했던 사회모델로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가가 개인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전통적 사회민주주의도 반대하지만, 연대와 평등의 개념이 없는 신자유주의의 개인주의도 반대한다.
한국에는 1998년 독일의 사민당 집권 이후 유럽 좌파가 새롭게 조명받으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영국 수상이자 노동당 당수인 토니 블레어의 정치 이념을 기초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학자때인 1970년부터 케임브리지대 강단에 서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1980년대 이후 좌우이념의 대립 및 그 현실적 극복 방안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계의 거물로 떠올랐다. 다른 학자들이 그의 연구 업적을 분석한 책만 12권이 있다.
원래 현실 문제를 직접 취급하는 정치경제학자는 아니었으나, 서구식 근대화가 내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이론적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개혁정책과 맞아 떨어지게 되었다.
사회철학적으로 볼 때 그의 관심사는 근대사회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 그러나 포스트 모더니즘과는 거리가 있으며, 개인의 진지한 성찰과 사회적 연대·합의를 중시한다.
그의 저작은 전세계 22개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1985년부터는 '폴리티'라는 학술전문 출판사를 공동으로 설립, 매년 80여권의 학술서적을 간행하고 있는 출판인이기도 하다. 1998년 10월 서울 방문 당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으며, 근대화 제일주의로 내달려 온 한국 사회의 향후 발전전략과 관련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