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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릭 로메르 (Eric Rohmer)

본명:Jean-Marie Maurice Scherer

성별:남성

국적:유럽 > 중유럽 > 프랑스

출생:1920년, Tulle (물고기자리)

사망:2010년

직업:영화감독

최근작
2024년 6월 <여름 이야기 : 리마스터링>

에릭 로메르는 1920년(또는 23년, 로메르는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삶을 비밀로 했기에 인터뷰 때마다 출생년도를 다르게 언급했다.) 프랑스의 낭시 Nancy에서 태어났다. 본명이 장 마리 모리스 셰레르 Jean-Marie Maurice Sch?er인 로메르는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신중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독일 점령기 대학에서 역사 학위를 받았고, 전쟁이 끝난 뒤 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역사, 지리학, 문학을 가르치며 체홉의 문학에 깊이 심취했다. 1946년 <엘리자베스, 혹은 바캉스 Elisabeth, ou les vacances〉란 소설을 출간한 로메르는 이때부터 질베르 코르디에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썼다. 영화계에 몸담기 전인 1948년부터 로메르는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데, 1950년에 〈가제트 뒤 시네마 Gazette du Cinema〉란 영화잡지를 발간하며 에릭 로메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로메르는 단지 “어떤 특정한 이유 없이 선택한 이름일 뿐이다. 단지 내가 그 이름을 좋아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르셀 카르네의 <안개낀 부두>(1938)는 로메르에게 처음으로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잠재성을 발견케 한 작품으로 로메르는 주로 르네 클레르, 팝스트의 영화 등 고전작품을 즐겨 보았다. 정기적으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영화를 관람하며 무성영화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다. 1940년대 말, 로메르는 파리의 시네 클럽을 운영했고 프랑스 내에서 영향력 있는 영화비평가였던 장 조르주 오리올과 앙드레 바쟁과도 친분관계를 맺었다. 또 이후 프랑스 누벨바그를 이끌었던 프랑수아 트뤼포, 끌로드 샤브롤, 장 뤽 고다르, 자크 리베트 등과 교류 했다. 1948년 그들은 미국 영화감독들-알프레드 히치콕, 하워드 혹스, 조지 쿠커와 같은 감독들에게 열렬한 애정을 표현했고, 프랑스의 ‘질의 전통’에 경멸을 보냈다. 그들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재정을 조달할 능력이 없었고, 대부분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로 활동한다. 로메르는 〈르뷔 뒤 시네마 Revue du Cinema〉란 잡지에 영화평론을 기고했지만, 이 잡지가 폐간되자 〈가제트 뒤 시네마〉란 영화잡지를 창간했다. 이 잡지는 1950년 5월에서 12월까지 단지 5번 발행하고 폐간되었고, 1951년부터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로 활약한다. 로메르가 처음 이 잡지에 발표한 글은 ‘영화, 공간의 예술’이란 아티클이었다. 1957년 로메르와 샤브롤은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책을 발간한다. 앙드레 바쟁이 1958년 사망한 후 1963년까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을 역임하며 주로 영화비평가로서 많은 활동을 보이며, 〈카이에〉의 평론가 중 가장 밀도 있는 글을 썼다. 클로드 샤블롤과 함께 로메르가 쓴 알프레드 히치콕 연구서는 이 분야의 선구적인 저서로 평판이 높다.

로메르는 1950년 단편영화 <범죄자의 일기>를 감독하면서 영화제작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10분에서 60분에 이르는 여러 단편 영화들- <범죄자의 일기>(1950), <소개, 혹은 샤를로트와 그녀의 스테이크>(1951~1961), <베레니스>(1954), <크로이체르 소나타>(1956), <베로니크와 그녀의 욕심>(1958)-을 발표했다. 1959년에는 클로드 샤브롤의 새로운 제작사에서 첫 번째 장편 영화인 <사자자리>를 만들었다. 샤브롤이 이 회사를 팔자, 이 작품은 다시 편집되고 개작되었으며 개봉되었을 때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 채 약간의 이윤을 남기는데 그쳤다. 고다르와 트뤼포, 샤브롤은 그들의 첫 번째 장편 영화로 엄청난 성공을 했지만, 에릭 로메르는 자크 리베트와 뉴 웨이브의 후위에 밀려 있었다.

에릭 로메르는 지금까지 세 개의 연작(그리고 역사물 등)을 만들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여섯 편의 ‘도덕이야기’를 묶은 연작과 80년대 ‘희극과 격언’ 시리즈, 그리고 90년대의 ‘계절 이야기’가 그것이다. 인간의 정신적인 삶에 대한 사색이 넘치는 ‘도덕 이야기’는 로메르의 명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으며, 로메르의 위치를 공고히 해주었다. ‘도덕 이야기’를 발표할 당시 로메르는 이미 50이 넘은 나이였다.(이미 〈카이에〉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보다 10살 이상 나이가 많았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일원이면서도 그들과 일정정도 거리를 두고 있던 에릭 로메르는 ‘도덕 이야기’를 통해 영화가 정신적인 삶을 탐구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임을 입증했다.

여섯 편의 ‘도덕 이야기’가 단일한 플롯의 상황에 근거한 변주들이라면, ‘희극과 격언’은 좀 더 느슨한 구성을 지닌 연작이다. 1980년대 <비행사의 아내>로 시작된 ‘희극과 격언’ 연작은 제목 그대로 하나의 격언에서 출발해 일상의 교훈을 전하는 코믹한 사건들이 전개된다. 이 연작은 도덕 연작과 마찬가지로 18세기 풍의 고풍스런 장르를 떠올리며 평범한 사람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삶의 아이러니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도덕 이야기’ 연작이 남자 주인공이 화자(내레이터)로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반면, ‘희극과 격언’에선 인물들의 자기탐구는 상대적으로 적고 대신 그들이 처한 삶의 현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다. 또한 도덕 연작에서 남성 주인공이 중심이라면 ‘희극과 격언’에선 불확실한 삶 속에서 정서적 혼란을 겪는 젊은 여성 주인공이 대부분이며, 도덕 연작에 비해 더 젊은 주인공들이 소박한 진실에 다가서고자 등장한다. 로메르 자신은 이 두 연작의 차이가 전자가 소설적인 반면 후자는 보다 연극적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에 들어서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 공연에서 영감을 얻은 로메르는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이며 새로운 연작인 ‘계절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계절 이야기’ 연작들은 로메르의 삶에서 묻어 나는 사색과 연륜이 넘치는 걸작들로 의도된 공통의 구조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삶에 모호한 울림을 남기며 흐르는 계절 속에서 인생을 유추하는 명상의 양식을 공유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이 영화들은 ’희극과 격언‘ 시리즈에서 처럼 느슨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도덕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 영화적 주제와 모티프들이 ‘계절 이야기’의 영화들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허구적 공간과 인물들 사이에 하나의 작은 역사가 형성된다.

2001년 에릭 로메르는 많은 제작비를 들인 최초의 스펙터클 영화이자 특수효과를 사용한 디지털 영화 <영국여인과 공작>을 발표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2004년 <삼중 스파이>를 통해 또한번 자연과 삶의 찬미자이자 창조자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켜주며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영화세계를 창조해냈다.


모럴리스트-정신세계의 탐구자

로메르는 스스로를 모럴리스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어의 ‘모럴리스트’라는 단어가 갖는 다의성을 전제하면서, 모럴리스트란 단지 도덕주의자의 뜻을 너머 인간의 정서와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자를 의미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프랑스어 ‘모럴 moral'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도덕, 정서, 정신, 기분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을 인지해야만 모럴리스트란 표현의 참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로메르는 자신의 영화 속에서 사건의 교묘한 직조나 인물의 행동에 대한 서술보다는, 인물의 머리 속에서 전개되는 생각과 정서의 미세한 변화를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의 극적인 전개나 인물의 가시적인 ’행동‘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신과 감정의 ’상태‘인 것이다.


“영어에는 모럴리스트 moraliste라는 프랑스 어 단어에 상당하는 말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단어는 ‘moral'이라는 단어와 상당한 연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럴리스트는 인간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다. 그는 정신과 감정의 상태에 관심이 있다. 예를 들면 18세기에 파스칼은 모럴리스트였으며, 라 브뤼예르 La Bruy?e혹은 라 로쉐푸코 La Rochefoucauld와 같은 부류의 프랑스 작가들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스탕달도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묘사했기 때문에 모럴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도덕이야기는 비록 이 영화들 속에 도덕이 있고 모든 캐릭터들이 상당히 분명하게 만들어진 어떤 도덕 관념에 따라 행동한다 할지라도, 그 이야기 속에 도덕이 담겨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에서는 이러한 관념들이 상당히 정교하다. 다른 영화들에서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에 있어서 그 캐릭터들은 어느 정도는 보다 애매하고 도덕성은 보다 개인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위에서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고 애쓰는데, 이것은 가장 좁은 의미의 ’모럴‘이라는 단어에 들어맞는다. 하지만 ’모럴‘은 또한 그들이 자신의 동기들, 즉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이유들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들은 분석하기 위해 애쓴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의 행위 자체라기보다 그들의 행위에 대해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이다. 그 영화들은 행동의 영화들, 즉 물리적인 행동이 일어나는 영화가 아니고, 매우 극적인 영화도 아니며, 특별한 감정이 분석되고, 심지어는 캐릭터들 자신이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는 매우 내향적인 영화이다. 이것이 바로 도덕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이다.” - 에릭 로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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