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자유 낙하>로 칼데콧 아너상을 받으며 데뷔한 데이비드 위스너는 작가로 타고나야 할 복 중에서 '상복'만큼은 괜찮게 타고난 작가로, 한 번도 받기 힘든 칼데콧 상을 2번이나 탔다. 미국의 전설적인 그림책 작가 레오 리오니가 칼데콧 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칼데콧 아너 상만 3번 받았다- 데이비드 위스너의 타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는 1992년 <이상한 화요일>, 2002년 <아기돼지 세 마리>로 칼데콧 상을 받았고, 아너 상도 2번이나 받았다. 데이비드 위스너를 소개한 한 인터넷 사이트는 그의 수상경력을 'many, many more !!!'이라는 짧은 말로 대신했다. 그만큼 상을 많이 받았다는 뜻. 물론, 데이비드 위스너를 '상복'으로만 이야기하기는 부족하다. 그는 이야기를 그림으로만 진행하는 글씨없는 그림책으로 일가를 이룬 작가로, 영화의 스틸 사진들을 연상케하는 그의 꽉 짜여진 화면은 유머러스한 상상력의 잔칫상이다.
1956년 미국 뉴저지 주의 브리지워터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위스너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재학 시절 그는 '건축 그림책' 시리즈로 유명한 데이비드 맥컬레이와 판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린드 워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데이비드 맥컬레이에서는 그림의 기본을, 린드 워드가 1930년에 발표한 <Madman's Drum - A novel in woodcuts>라는 글씨없는 판화그림책에서 '글 없이 그림만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지'를 배웠다. 사진처럼 사물을 정확하게 묘사한 그의 그림 실력은 데이비드 맥컬레이에게, 그림없는 그림책의 기본은 린드 워드에게 빚진 셈이다.
1980년 그린 이로 자신의 이름을 단 첫 책 <Honest Andrew>를 출간한 이후, 80년대 말까지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던 데이비드 위스너는 1987년 아내 킴 카흥(Kim Kahng)과 함께 <The loathsome dragon> 출간해 좋은 평가를 얻었다. 1988년 이야기와 그림을 혼자서 작업한 첫 그림책 <자유 낙하>를 발표해 1989년 칼데콧 아너 상을 받는다. 그 이후 발표된 그의 작품들은 모든 그림책 작가가 부러워할만한 대중적 인기와 비평적 호평을 얻는다. 그는 <자유 낙하> 이후에는 주로 혼자서 작업을 했으며, 10년 동안의 대표작으로는 <Hurricane>, <이상한 화요일>, <구름 공항>, <아기돼지 세 마리>, <1999년 6월 29일> 등을 꼽을 만하다.
사실감 속에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를 어린이에서 선사한 데이비드 위스너의 작업 스타일은 무척 단계적이다. 끙끙거리며 착상에 힘을 들이는 타입이라기 보다는 순식간에 본능적으로 '이야기거리'를 찾아내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상한 화요일>은 잡지의 표지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구름 공항>은 가족과 함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구경하러 간 날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종이에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린다. 백지에다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리고, 그것을 영화 필름처럼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조직한다. 본격적인 스케치에 앞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집을 3차원 조형물로 만들어 보기도 한다. 형태와 그림자, 질감을 정확하기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의 그림의 독특한 무게감은 이런 단계에서 비롯된다.
데이비드 위스너가 칼데콧 상을 받은 2002년, 칼데콧 상과 함께 발표되는 뉴베리 상은 린다 수 박의 <사금파리 한 조각>이 받았다. 칼데콧 상과 뉴베리 상은 모두 ALA에서 구성한 심사위원단에 의해 선정되며, 미국 아동문학 작품에게 주는 상 상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 류화선(yukineco@alad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