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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오후 4시 반, 여름 날씨라고 하기엔 바람이 심심찮게 불고 가을이라 하기엔 여전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긴 햇살을 맞으며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길. 봄날인양 원피스 자락을 하늘거리는 ‘작가 목수정’을 만났다. 알라딘 인문학스터디 강의가 6월 3일이었으니 정확히 세 달만의 만남, 강의에서 들려준 ‘야성의 사랑학’은 그 사이 <야성의 사랑학>으로 무르익었고 그는 한국에서 파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작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으로 우리가 목수정을 발견했다면 이번 책은 그가 발견한 우리의 스산한 풍경이지 않을까. ‘야성의 사랑학’이 어떻게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알라딘 인문MD 박태근)
(이 인터뷰는 책이 출간되기 전에 진행한 ‘사전 인터뷰’이며, 진행자는 원고의 절반 정도를 미리 읽고 진행했다. 알라딘과 그의 첫 번째 인터뷰는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www.aladin.co.kr/author/wauthor_interview.aspx?AuthorSearch=@827060)
"슬픈 풍경들에 부대끼던 마음이 차츰 무뎌질 무렵, 하나의 부재가 선연히 고개를 들었다. 거리에서 마주친, 자신들의 가슴을 불시에 두드리는 여인에게 다가가 차 한 잔 할 수 있냐고 청하는 남자들의 부재. 그걸 어떻게 발견한 걸까? 3개월 남짓 면밀한 관찰자의 입장에 있으면서,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나는 광경을 전혀 목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모래바람 이는 황량한 산하와 이미 오래전에 방전되어 버린 에너지를 통찰했다면 믿으시려나."(8쪽)
말씀처럼 프롤로그의 첫 장면이 중요하고 또 강렬한데요. 제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 같습니다. 제가 주변을 탐문해본 결과 대략 96, 97학번까지는 그런 경험이 있는데 99, 00학번에 접어들면서 그런 일을 보지 못했다는 대답이더군요.
접촉이 생명과 같다, 선생님께서도 이 방법을 실천하고 계신가요. 저도 어쩌면 접촉을 많이 할 수 있는, 많이 하는 사람과 살고 있기 때문에 10년, 20년 전보다 야성이 발달한 것 같거든요. 이게 머릿 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 아이한테는 널 만지지 않는다는 게 무척 슬픈 일이더라고요. 이 아이는 접촉이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한 아이인데 이게 없으면 엄청난 형벌인 거죠. 자기가 받아야 할 접촉의 함량을 인지하면서 요구하는 삶. 그러면서 명랑하고 쾌활하게 성장하는 거죠. 직관이 잘 발달하고요. 직관이 발달하려면 오감이 발달해야 하거든요. 현대인이 가장 덜 발달한 부분이 촉감이라고 생각해요. 내 손끼리 부딪치는 게 아니라 남과 맞닿으면서, 정 어려우면 마사지라도 받아야 하는 거예요. 나를 안아주는 연인이 내 곁에 없다면 마사지를 받고 해주는 감각을 일깨우는 아주 원시적인 방법도 시도할 필요가 있어요.
나머지 여덟 가지 방법도 궁금한데요. 선생님께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중년의 사랑, 노년의 사랑도 들려주실 거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알라딘 인터뷰의 공식질문입니다. 우리의 야성을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몇 권 추천해주시지요. 다른 저자 인터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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