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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정유정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6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함평 (사자자리)

직업:소설가

기타:광주기독간호대학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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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세트] <영원한 천국> 도서 + 출간 기념 정유정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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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이야기의 힘으로 2011년 봄, 서점가를 강타한 <7년의 밤>의 작가 정유정. 확실히 '뭔가 다른' 소설을 보여준 작가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정유정 작가가 보내온 답신을 소개합니다. 인터뷰 작업은 은행나무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서 도와주셨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출간 후 약 한 달이 흘렀습니다. 알라딘 블로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운데요, 독자 반응은 혹시 직접 확인하시는지요?

예.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보내주신,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독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세계청소년문학상과 세계문학상을 섭렵하신 후 오래 작품 활동이 없었는데요, 그간 이 책을 위해 오래 내공을 쌓으셨을 듯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소설을 준비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러게요, 그 틈에 두 살을 더 먹었네요. 소설 한 편 끝내고 보니 2년이 훌떡 사라졌더라고요. 준비단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건 필요한 분야에 대한 공부예요. 이론, 취재, 경험, 기억…… 모두 동원됩니다. 공부를 중시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소설 속 세계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서, 둘째는 창의성은 지식에서 출발한다고 믿기 때문에. 초고는 보통 석 달 안에 끝냅니다. 마냥 신 나는 때죠. 말이 되던, 안 되던 일단은 달리는 시기니까요. 이후부터는 저 자신과의 드잡이질이에요. 저는 초고의 흔적이 탈고 때까지 남아 있으면 그 소설은 실패라고 봅니다. 제가 천재가 아닌 바에야, 석 달 동안 내달린 장면들이 쓸 만한 것일 리 없죠. 대부분 클리셰일 수밖에 없어요. 그걸 완전히 벗겨 내는 데 1년 가까이 걸려요. 어느 대가의 말처럼, 저는 초고를 버리기 위해서 씁니다. 
 


전작 《내 심장을 쏴라》와 확연히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전작과 몹시 다르다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으셨는지요?

기대와 부담이 다 있었습니다. ‘꿈꾸던 방식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왔다’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탈고 후 든 생각은 ‘후, 아직도 넘어야 할 산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구나.’였습니다.  

 

 

강렬한 이야기의 힘, 7년의 밤 안에서
 
빠르고 강렬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천사를 써주신 박범신 작가님의 말씀대로 지금까지의 한국 소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의 이야기는 아닌데요, 본래부터 이런 서사가 강한 소설을 좋아하셨는지요? 만약 좋아하셨다면 어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영미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찰스 디킨스, 스티븐 킹, 레이먼드 챈들러는 저의 신이자 스승이고, 영원한 뮤즈입니다. 디킨스에게선 생생하고 깊이 있는 인물들을 배웠고요, 킹에게선 이야기의 심연구조를, 챈들러에게서는 문체와 스타일을 배웠습니다. 덕택에 종종, 애니 윌크스와 필립 말로가 결혼해서 핀 벨을 낳는 꿈도 꿉니다.  

 

 

 

 

 

 

 

 

 

작품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세령’과 ‘서원’에게 가해지는 신체적인, 사회적인 폭력이 무척 악독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쓰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이야기셨을 듯한데, 이런 소설적 장치가 부담스럽지 않으셨는지요?

그랬습니다. 저도 한 아이의 엄마니까요. 그럴 때마다 엄마를 묶어서 뒷방에 가두고, 작가적 자아를 불러내 일을 시켰습니다. 스스로 오영제가 되어 온전히 그의 입장에서 쓴 것이죠. 서원이의 경우는 더 고통스러웠어요. 어쩌면 주먹보다 잔인한 것은 차가운 눈과 침묵이 아닐까, 싶었고요.
 


용팔이 포수, 억척스러운 아내, 악독한 치과 의사, 가련한 소녀. 모든 캐릭터가 몹시 생생합니다. 작가님이 실제 알고 있는 사람들, 혹은 작가님의 실제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야구팬이 아니실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야구광 맞습니다. 이승엽 선수를 좋아하고, 등번호 25번이 달린 요미우리 시절 유니폼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보물이에요.

이야기와 인물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분리가 어렵습니다. 이야기가 인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인물이 이야기를 끌고 가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 타인에 대한 관찰이나 특징 빌려 오기, 관계에 대한 통찰로는 백 퍼센트를 채우기 어렵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각각의 역할에 맞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누군가의 친구로서, 군중 속 익명자로서, 순수한 자기 자신으로서……. 결국 가장 내밀하고 껄끄럽고 부끄러운 부분은 자기 자신을 뒤져야만 답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어둠과 빛, 악마와 천사, 지옥과 천국, 어른과 아이……. 양면거울이 달린 미로와도 같은 제 자아를 따라 가다 보면 불완전하고, 충동적이며 겁 많고 괴상한 존재들을 만나게 됩니다. 흔히들 ‘본성’이라고 부르는 조각들이오. 그걸 하나씩 잡아다가 인물 속에 심어두면, 저 알아서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 한 인물을 특징짓게 되더라고요. 
 


서원을 지켜주는 존재인 승환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승환과 현수는 인간적인 유대가 강해질 만한 계기가 딱히 없었을 듯한데도, 세상에서 버려진 서원을 지키고, 서원의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 간 승환만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자신의 작가적 욕망 때문에 사건을 방조한 책임감이 있었다, 라고 소설 말미에 밝혀두긴 했습니다만 사실 그런 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우정과 연대는 승환의 자질에서 비롯됐으리라고 봅니다. 이 소설에서 그는 유일하게 타인을 연민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사전적 의미와 상관없이, 저는 연민을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승환이 서원에게 갖는 이 연민의 정은 정서적 개연성으로 접근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영제’는 우리 소설을 읽으며 만났다곤 믿기 힘들 만큼 독보적인 악역 캐릭터였는데요, 작가님은 영제와 같은, 진정한 악과 진정한 악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있느냐 없느냐’보다 ‘무엇이 그를 만드는가?’를 자주 생각해보곤 해요. 세상의 사이코패스들은 안드로메다에서 오지 않았으니까요.   



죽은 줄 알았던 소녀가 눈을 뜨고 ‘아빠’라고 속삭이는 순간, 소설 속 ‘공포’에 대한 묘사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공포스러운 상황은 특히 어떤 것이신가요?

소설의 도입부에 서원이가 뇌척수막염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최현수는 아들 곁에서 부들부들 떨며 밤을 새우는데요, 고백하자면, 제 경험에서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제 아이도 그때 12살이었고요. 제 인생에서 그토록 무서웠던 밤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 소설가, 정유정


매번 ‘재미있는’ 소설로 독자들을 사로잡으십니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소설적 진실’입니다. 저는 소설을 (로버트 맥기의 말을 빌려) 이야기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톤(어두운가, 무서운가, 슬픈가, 코믹한가……)과 관계없이 순수한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고요. 독서적 즐거움을 주는 소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뉘는 듯합니다. 독자의 사고에 어필하는 소설, 정서에 호소하는 소설. 제 소설은 후자에 속하고, 정서를 움직이는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진정성이 구축되려면 인물과 이야기가 그 세계 안에서 통용되는 소설적 진실을 확보해야 해요. 악인은 악인의 진실을, 겁쟁이는 겁쟁이의 진실을, 속물은 속물의 진실을, 고양이는 고양이의 진실을…….    



벌써부터 영화화 얘기가 들려옵니다. 주인공 현수와 서원, 오영제와 승환에 각각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으신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사실은 ‘어니’역을 맡을 야옹이 배우에 관심이 많아요. 캐스팅이 힘들 텐데, 싶기도 하고요. 고양이는 본시 인간에게 길들지 않는 종족이라…….
 


이채로운 경력으로도 널리 알려지셨는데요(* 주 : 정유정 작가는 세계문학상 수상 당시 간호사 근무 경력 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처럼 소설가가 되길 꿈꾸는 문학소년소녀가 많이 있을 듯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한 말씀을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지요?

저는 한 인간의 인생에는 두 가지 ‘무엇’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지켜야 할 ‘무엇’과 이 무엇을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무엇’. 전자는 ‘인생의 가치’이고 후자는 ‘자유의지’입니다. 제 식대로 말하면 하나는 ‘존재의 징표’, 하나는 ‘생의 전사’입니다. 자기 생의 전사를 강인하게 키우시기 바랍니다. 삶의 압박에 고개 숙이지 않도록.
 


정유정 작가가 올해 읽은 가장 인상적인 책이 궁금합니다. 한국 작품, 외국 작품으로 나누어 말씀해주셔도 좋고, 문학과 그 이외의 분야로 나누어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소설로는 스티븐 킹의 언더더 돔, 자연과학 도서로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 인문 도서로는 자유는 진화한다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비슷한 질문입니다. 정유정 작가님의 인생의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작가의 길로 이끈 단 한 권의 책이 궁금합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켄 키지
(꼭 그래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켄 선생님, 폴 뉴먼처럼 생겼어요. 

 

 


 

 

 

 

 

 


차기작으로 만나 뵙게 될 날이 고대 됩니다. 차기작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년 후반기 출간을 목표로 준비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한 발짝 나아간 이야기를 들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요,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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