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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김금희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9년, 대한민국 부산

직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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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대온실 수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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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5일, <복자에게>를 출간한 김금희 작가가 편집자K님 (https://www.youtube.com/user/HARIN1983 )과 함께 알라디너 TV (https://www.youtube.com/channel/UC-9TtVKtRYWT3_iD2LIsR7g)를 찾아주셨습니다. 즐겁게 진행된 라이브 이야기와, 라이브 후 담당 MD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함께 공개합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너무 한낮의 수다


- <복자에게>는 어떤 작품인가요?

그리운 이를 실제로 만나는 경험은 어떤 감정들일까 생각했고, 제주의 씩씩하고 유머감각 있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과 일하는 여성들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마음을 담아 쓰게 된 작품입니다.


- 요즘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합니다

요즘은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 제주도에 관한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해녀분들은 고생하시지만 카리스마가 있고 멋있으세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제 자전거를 멈춰세우고 기름칠을 해주신 적이 있었어요. 별다른 인사도 말씀도 없이요. 실제로 보건소에도 여자 의사분이 계셨고, 그런 모습을 소설에 녹일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본 모든 게 기적 같아요.


- 복자라는 인물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나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 한 사람이 공동체의 어떤 부분을 대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복자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이 되었습니다.


- 여성 판사라는 직업과 설정이 신선합니다.

직업이 가진 갈등의 포인트가 소설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판사인 이영초롱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인물이 자기 힘으로 내게 다가와서 움직이는 느낌이 종종 있는데, 이 소설이 좀 그랬습니다. 후반부에는 이영초롱이 스스로 움직여 판사직을 내려놓고 프랑스로 떠나는 것 같았어요.


- 판사 자아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 자아가 너무 커져서 힘든적이 있으세요?

다음 세상엔 농사를 짓고 싶어요. 적성검사에서도 농사가 체질이라고 나오기도 했고, 식물을 사랑하기도 하고요.


- 인물들의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초롱은 이지적인 이름, 그러면서 밝은 느낌을 주는 이름이었으면 했어요. 오세는 오름에서 착안했습니다. 소설을 출간한 이후 오세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오세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 서로의 편지가 닿지 않고 불발되기도 하는데, 왜 이 이야기에서 말을 전하는 소재가 편지여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메일을 수신확인도 되고, 좀 잔인한 것 같아요. (웃음) 편지가 드라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쓰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주고받은 편지를 모두 모아두고 있기도 해서, 편지를 기다리던 순간들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들도 있고요.


- 이번 소설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이번 소설은 독자 생각을 특히 많이 하며 쓴 소설이예요. 그냥 견디면 회복의 기운이 약간 돌기 시작하고, 별게 다 위안으로 느껴져요.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각 인물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궁금합니다.

이영초롱과 복자에게 특히 몰입하며 쓴 이야기였어서 두 인물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복자를 생각하면 큰 나무 같은 게 생각나요. 영초롱을 생각하면 복잡한 내면을 생각하게 되고요. 두 인물에게 대단해, 잘했어, 고마워, 말해주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쓴 단편을 모은 게 책 한 권이 되어가서, 내년 상반기 단편집을 낼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립니다.

댓글을 보고 싶었는데, 긴장해서 잘 못 봤어요. 라이브에 참여해주셔서 너무 반갑습니다. 행사가 있기를 이렇게 바랐던 적이 있나 싶어요.  마스크 벗는 날이 오면 열심히 열심히 인사 드리겠습니다.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

장소를 옮겨 김금희 작가에게 MD가 질문했습니다. 라이브 얘기부터 먼저 여쭈었습니다.





우리라고 묶일 수 있는 기억이 있었던 한 시절로


 

오디오북으로도 연재하며 처음부터 독자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 소설로 알고 있습니다. 알라디너 TV 라이브 후 뵙게 되었는데요, 독자와 이런 방식으로 만나는 경험이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오디오북 연재 때는 제 댓글을 달지 못했어요. 소통을 하고 싶었는데 스토리가 흘러가는 와중에 흐름을 깰까봐 거의 입을 계속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연재가 끝났어요.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지면엔 한계가 있어서, 오프라인에서 독자에게 <복자에게>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었죠. 허심탄회하게 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저는 되게 좋았어요.

 

채팅창에 모여계신, 김금희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았어요.

 

라이브 때는 긴장되어 댓글을 잘 읽지 못했는데, 꼭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작가가 연차가 되면 될수록 항상 새로운 책이나 작가가 늘 나오잖아요. 오랜 시간을 같이 따라서 읽어주시는 독자가 있지 않으면 이 직업은. 하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걸 절실하게 깨달아요. 이번에 소설에 대한 다른 댓글을 몇 개 봤는데 이전에 본 제 작품이 좋았기 때문에 새로운 걸 볼 때 전보다 나쁘면 어쩌지, 염려를 해주시는 거예요. <복자에게>를 읽었는데 좋아서 다행이었다, 안심했다. 이런 표현을 보고 독자가 작품을 읽어야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작업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자가 막 확대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읽어주신 분들이 또 읽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라이브 채팅창 분위기는 같은 작가를 좋아하는 공동체가 만들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독자들도 자기 시간을 쓰고, 자기 기를 넣어 책을 읽는 거니까, 자기 감상에 대해 부정당하게 되면 서운한 그런 동료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독자들도 책에 관심을 두게 되면 말하고 싶잖아요. 코로나19가 오기 전엔 독서모임도 활성화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독서모임도 할 수가 없으니, 이런 라이브 자리가 있으면 게릴라처럼 모여서 책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아요.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읽는 동안 이우리라는 단어가, ‘우리가 왔다라는 느낌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괄호처럼 특정한 세대를 묶는 소설이었으면 했어요. 각자의 삶은 하나로 묶고 싶어도 묶어지지가 않잖아요. 그럴 땐 도리어 하나하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전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우리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오성이나 강선이나 주인공이나 삶의 태도가 각자 너무 다르잖아요. ‘우리라고 묶일 수 있는 기억이 있었던 한 시절로 그 모두를 묶어내는 게 이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단편과 장편, 에세이를 모두 만날 수 있는 한 해라 독자로선 감사한 한 해였는데, 올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되게 힘든 것 같아요. (웃음) 팬데믹도 너무 힘들었고요, 예정된 작업들은 다 해야 했고, 실제로 다 했어요. 비일상적인데 일상을 유지해야 된다는 게 너무 어렵잖아요. 시장 상황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에 책을 내는 게 어렵기도 했고요. 어쨌든 단련이 될 걸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마감을 하고 책을 낸 경험이 있으면 더 좋은 상황이 되면 더 열심히 해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보냈어요.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털어내야 한다”

 

<복자에게>에서 처음 판사라는 직업을 설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낯선 직업인데, 강연에서 본 모습이 저한텐 되게 임팩트가 있게 다가왔어요. 법조계 영화에서는 대체로 멋있는 검사가 나와서 악의 무리를 소탕하거나 하잖아요. 그렇지만 사실 재판을 하러 가보면 삼십대 정도의, 그냥 직업인인 모습의 여성 판사가 행정의 일환으로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요. 그런 사람들이 발견이 안 되고, 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꽤 젊은 분들이 지금도 하고 있는 직업이니 말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초롱의 동생의 말. “웃으면 정말 멍청한 사자 같은 게 될까봐” (15)를 들으며 영초롱은 마음이 차가워지면서, 묵직한 추가 달린 듯 몸이 어딘가로 기우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듯 어떤 대화를 하고 난 이후의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될 때가 있죠. 이 부분에 대한 묘사가 무척 좋았습니다.

 

소설은 인물이 각자의 인생에서 전환을 맞는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그 전환이 되는 부분을 전달을 해야 되는데, 급격하게 인물이 깨닫는 건 어색하니까, 그런 장면을 포착하는 게 작가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독자도 자기 일상에서 경험한 감각이어야 공감할 수 있고요.


저도 그런 장면을 쓸 때, 앞에서는 영초롱이 동생을 좀 무시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귀찮아하기도 하는데, 동생의 그 말을 들은 순간 그 어린아이도 이 IMF 같은 급격한 변화를 같이 짊어지고 있구나, 이 수난의 시대를 얘와 내가 함께 통과하고 있구나, 동지구나, 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제주도라는 공간은 4.3과 같은 아픔을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일을 하고 나아가는 섬이라는 점에서 복자와 영초롱의 현재와 매칭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제주도라는 섬이 나아가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해녀분들도, 힘들고 피곤한 노동인 게 물론 맞지만 그 나이대에 비해 굉장히 많이 버세요 (웃음) 수입이 꽤 되시고, 자기 삶을 책임지는 분들이 많아요. 작가로선 그런 건강함 같은 것을 그리고 싶어서 고민을 하게 됐어요.


4.3의 흔적은 각자의 사연들도 얘기가 되지만, 공동체의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제주도에 머물 때 병원에 갔는데, 4.3 관련된 분들은 병원비를 깎아주고 그런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봐요. 아주 사소하지만, 그걸 통과해온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있더라고요. 택시를 타도 제가 서울에서 온 걸 알면 운전사분들이 4.3에 대해 말씀을 하세요. 그럴 때면 과거가 현재화되어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 사건은 현기영 선생님이라든지 선배 작가들이 많이 다루신 사건이고, 제가 직접 다루진 못했지만, 어쨌든 지금 이 이야기에서 말하는 정도로는 현재화해 다루고 싶었어요.

 

 

 

판사인 이영초롱이 겪는 구멍이 난 마음, “자부와 자긍, 자명함이나 자기 확신, 자신감 같은 것이 빠져나가 화가 난 상태 (35)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면 한번쯤 느껴본 마음일 듯합니다.

 

불안감이나 부담감 같은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잖아요. 그분들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는 느낌이니까, 거기서 오는 괴로움과 자괴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법은 명료한 것인데, 그걸 내리는 사람 자체는 인간이었구나, 그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털어내야 한다” (39)의 조언을 보며 소설가가 소설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되는 순간, 빠져나오는 방법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직업이 내 인생을 장악해 들어가는 느낌이 좋지만은 않아요. 저는 예상을 못했는데, 제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더 노출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되도록 이 일하고 상관없는 친구들, 가족들을 만나려고 해요. 만나면 그 세계가 가지고 있는 건강함이 있어요. 그래서 아, 역시 내가 할 일은 내 인생을 사는 거구나,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오죠. 그런 식으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의 힘, 나는 그 말이 오늘밤 참 좋다”


복자와 사이가 틀어지고말하기 싫은 날들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였다”(79)라고 말하던 영초롱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나아지고, 회복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아 그렇네요. 남의 인생을 구하기도 하고, 길을 잡아주기도 하는 말을 영초롱이 시작하게 되는 거네요.

 

“다시 건강해진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 (138)라고 복자가 이야기하는데도, 실은 복자가 다시 건강해지고, 엄마가 되는 일이 절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기도 했고요.

 

그 사건에서 복자가 보여준 용감함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건 인생에서 되게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라이브에서 독자분들도 영화로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복자가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요? 생각하게 되는 게 그 이후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라 그런 것 같아요.

 

영화가 지금 저보다 많은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어쨌든 저는 재현을 하면서 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나 감정들에 공을 들이지만, 영화라는 장르는 그것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테니까, 여러 중요한 사건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진행을 시킬 수도 있겠죠.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더 길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웃음)

 

 

 

“인간의 힘, 나는 그 말이 오늘밤 참 좋다” (140)라는 문장처럼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영초롱은 제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고, 익명의 사람들도 복자를 도왔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해서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를 돕는 장면들을 보며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미혜씨가 무슨 사대강 카피 같다고 하잖아요. (웃음) 우리가 힘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실 냉소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되니 그런 말들이 너무 귀한 거예요. 진짜 어려운 상황이니까 서로가 어떻든 지금은 이걸 좀 헤쳐나가야 되고, 그런 상황이니까 오세가 하는 그런 말들이 되게 절실하게 느껴졌어요.


저희 동네에 오늘도 지나다 보니 안경원 하나가 가게를 비운 거예요. 요즘은 문닫는 가게가 너무 많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너무 크게, 마음이 확 주저앉아요. 제가 가는 김밥집부터 시작해서 문을 닫는 가게가 늘고, 대신 복권집 같은 게 늘더라고요. 사람들이 지금 원하는 게 어떤 기적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해서, 그런 게 마음이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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