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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의 한 노천카페. 한적한 미술관 앞에서 신경숙 작가를 만났습니다. 신경숙 작가는 밝고, 쾌활하고 소탈한 모습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힘있는 음성이었고,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대로 다정한 눈빛을 지녔습니다. 작가 개인의 매력이 전달되도록, 가능한 문장을 덜 다듬고, 최대한 입말을 살려 기록해 봅니다. 끊임없이 울리며 소통을 갈구하는 전화벨에 응답하듯, 신경숙 작가가 풀어놓은 다정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오랜만에 뵙습니다. 연재 이후 책으로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는데,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안부를 여쭙고 싶습니다. 원고를 많이 고쳤는데, 연재할 때 덧글 달던 분들이 필사를 했다고 그래요. 그 분들은 비교하며 보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 끝나고 나면 좀 작별의 시간이 필요한데, 끝내고서도 연재가 끝났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지금도 계속 하는 느낌이야. 서재에서도 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지…. 6개월이 지났는데 그분들이 계속 와요. 그래서 특별히 애착이 있었죠. 뭐라고 부르죠? 연재 덧글러들을? 글을 너무 잘 쓰시고, 독자들? 그래서… 참 좋았어요. 나도 좋고. 처음에는 약간 처음하는 일이라, 조금….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했는데, 나중에는 응원도 받고. 그리고 또 연재하는 동안 참 사회적으로 나쁜 일들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그 공간에서 같이 애도하고. 그랬죠. 덧글러들 이름은 다 외워요. 지금도. 주은맘,리진, 콩쥐맘. 맘이 많았어요. (웃음) 연, 혜연, 미망… (다시 웃음) 리더수. 원주. 그리고 강산무진님, 혜지니(노바디), 진세삼촌, 용민이횽, 하늘을 가진넘, 한여름씨, 바람꽃, 파랑새, 종달새, 빛나는…. (다시 웃음)
서로의 전화벨이 되자 제목처럼 작품 속에선 끊임없이 서로를 찾는 ‘전화벨’이 울립니다. 윤에게, 미루에게 반복해서 울리는 전화벨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들이 전화를 받지 않을 때에도 울리고 있었던 전화벨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는지 궁금합니다.
그때 나는 주로 하늘을 많이 봤죠. 지금도 그런 편이네. 어느 때는 나만 보는 게 아까워 갖고 문자도 보내고. 짧게요. 달떴네. 세 자 보내죠. 달랑 세자겠지만 받은 사람은 달 보러 베란다에 나와 고개를 하늘 쪽에 대고 달을 찾아보겠지. 찾게 되면 같이 보게 되는거구. 지금은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어디 낯선 데 여행가면 시장통에 가보곤 해요. 이스탄불 시장에는 세계를 모아놓은 것 같이 벼라별게 다 있더군요. 1유로도 안 되는 돈으로 체리를 한바구니 사서 먹은 적도 있네. 램프를 사왔던 기억도. 포항 이런 데 가면… 시장에 가 봐요. 죽도시장이던가? 그 시장 너무 재미있어요. 사람보다 당연 생선이 더 많아. 난 한번도 보지도 못한 것들이 막 쌓여있어. 문어도 막 엄청 큰 게 있구요.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데. 생선. 큰 거……. 물고기. 개복치라는 물고기. 그것도 보구요. 상인이 물고기 내장 안에 들어가 살을 도려 내는 것도 봤어... 진짜 물고기 뱃속이 자동차 트렁크만하더군. 그거 이름이 뭐였더라.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웃음) 표지 그림을 직접 고르셨다고 들었어요. 표지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가벼운 질문입니다. 올해 읽으신 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책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 이 땅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청춘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아닐까 합니다. 청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말씀해주세요. 계절이 무색하게 쌀쌀한 날씨에도 섬세한 답변을 건네주셔서 더욱 풍성하고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로 소설을 쓰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확고한 자아와 그만큼의 책임감, 또 글과 독자에 대한 애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신경숙의 글이 한 시점을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언젠가 글이 담긴 항아리가 가득 채워지면 비로소 문장이 되어 나타날 다른 이야기들을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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