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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이유명호

최근작
2014년 3월 <안녕, 나의 자궁>

?꽁지머리 캐릭터로 유명한 이유명호 한의사 선생님의 신간 <안녕, 나의 자궁>이 출간되어 유쾌한 인터뷰를 선생님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책과 관련된 내용 이외에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도 물으며 아주 알찬 시간을 보냈는데요. 자기 몸을 사랑하는, 사랑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인터뷰를, <안녕, 나의 자궁>을 추천합니다.


인터뷰 정리: 알라딘 도서팀 도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이 2004년에 출간되었는데,
거의 10년만에 <안녕, 나의 자궁>을 들고 돌아오셨습니다.
물론 중간에 <머리가 좋아지는 아이 밥상의 모든 것>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여행>, 최근에는 <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 있었지만 '대표작'으로 돌아오신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은 길담서원에서 진행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인데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아이들이 아주 진지하고 똘망똘망했어요.  제 강의를 듣고 남학생들이 이제부터 엄마를 많이 사랑해야겠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랬죠.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청소년들은 나중에 멋진 남친, 좋은 배우자가 되겠네요.(웃음)

솔직한 성의식과 교육이 중요해요. 교육이 제대로 되었더라면 여군대위가 성추행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여성 몸에 대해 성기중심으로, 욕망 대상으로만 아니까 무례하고 존중감이 없는 거죠. 알면 인정하고 예의가 생기고 더 사랑하게 돼요.
‘아기를 낳아야 할 소중한 몸’ 이란 인식도 저는 좀 불편해요. 안 낳으면 실용성이 떨어지나요? 국민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 웃기지 말라 그러세요.  내가 눈감으면 세상 끝. 우주가 사라집니다. 내 몸은 그 자체로 소중한 거예요.

 

 

 

책머리와 소제목들이 범상치 않던데 혹시 못 보신 독자분들을 위해 이번에 특별히 중점을 두신 내용들, 달라진 점 등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안녕, 나의 자궁>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여자몸 애용 설명서’ 예요.  전에는 좀 분노에 차서 여자와 사회를 설득하려고 했죠. 브래지어 와이어 빼라,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라 등등 힘 빡 들어갔었지요. 이번에는 각론으로 실제 꼭 필요한 지혜와 정보를 딱 소화되기 좋게, 이해되기 쉽게, 더 명랑 발랄하게 거의 19금으로 솔직하게 썼어요. 
여자몸. 제대로 아는 것 같지요? 과연 그럴까요? 우리 몸은 생식과 생존이란 두 바퀴의 축으로 복잡하고 예민한 장기와 호르몬계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갑니다. 그러자니 벅차고 힘이 들고 잘 아픕니다. 배란에서 월경통까지 , 아기 낳는 거, 무월경, 유산 후 몸조리, 질염,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완경... 아픈 사람만, 문제가 있는 여성만 알아야 할 게 아니지요. 게다가 늘어나는 유방암 근종, 갑상선질환까지. 여드름과 탈모, 우울증은 여자몸과 어떤 관계인지 짚어보고 챙기는 법을 알려주면 힘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 책 작업을 할 때 양수의 맛 이러면서 미역국 끓여 퍼먹으며 사랑과 평화의 에너지를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독자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의 전 일생과 만나는 것이고 안녕이란 당부가 깊이 스며들어 진짜 건강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안녕, 나의 자궁>이란 제목에 그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십 년 전에 비해 여성들의 자기 몸에 대한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사회문제와 겹쳐 오히려 후퇴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몸을 진정으로 애정하지 못하잖아요. 음모를 뽑기도 하고 소음순이 늘어졌다고 성형하고 억압이 더 내면화되고 깊어진 듯해요. 소음순 색깔이 짙으면 경험이 많다는 억측에 괴로워하고 , 유두 색깔 옅어져라 크림 바르고... 인테리어 공사하듯 보이는 데만 신경 쓰면 행복할지 의문입니다.  자기를  부정하면서 어떻게 건강성을 지킬지 우려가 돼요. 미리 알려드리는데 나이 들면 소음순도 입술도 수축이 옵니다. 지금 잘라내면 아깝고 후회될걸요. 보노보 침팬지의 소음순은 에이프런처럼 크게 발달해서 지구를 통틀어 가장 활발한 섹스로 전쟁 대신 평화와 사랑을 즐긴답니다. 최고의 전략 어때요? (웃음)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여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지요.

저체중아로 태어나 오래 못 산다 정 붙이지 말라는 소리 들은 저예요. 몸이 약한 게 권력이라고 버릇없고 엉뚱했어요. (웃음) 쪼끄만 게 아버지 삼촌들께도 몽땅 반말하고 말도 잘 안 들었어요.  친구들이 릴케 읽을 때 시경 들여다보고 그랬지요. 한의학이 재미있고 자연의 원리에 통달할 것 같아 관심이 갔어요.
여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건, 힘없는 나도 싫은데 맞고 사는 여자들이 많고, 법과 제도는 멀더라는 자각이 생긴 때문이지요. 어릴 때 신성일, 엄앵란 영화가 유명했는데 바닷가에서 막 나 잡아봐라, 하다가 픽 쓰러지고 따귀 맞고 흑흑... 그게 너무 싫더라고. (웃음)
그래서 고등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양궁반 반장도 하고 여세를 몰아서 전국 체전도 나가고, 대표선수 선서도 했지요. 내 키만한 활을 악을 쓰고 쐈어요. 대학교 입학하자 바로 태릉 사격장 가서 공기총부터 배웠어요. 힘 없으면 무기라도 써야겠다며 은근 체육 소녀였지요. (웃음)
실제로 여자들이 많이 아파요. 월경-임신-출산 등 라이프 사이클이 내 몸에 힘을 주는 것도 복지를 위한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피와 뼈와 살을 내어주는 몸이다 보니 근육량이 적고 뼈도 약해요. 여자는 자식이라는 전투기를 만들어 발진시키는 항공모함 같아요. 그냥 조각배? 아니예요. 갑자기 전투용어에 비장해지네요. (웃음)

 

 

 

초경은 빨라지고 임신, 출산은 늦어지고 조기폐경 여성의 비율은 늘어나고. 한 마디로 여자 몸의 수난시대인 것 같습니다. 각 단계에 대해 몇 가지 궁금한 점, 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먼저 월경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세상이 어떨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씩 여친들이, 아내들이 떡 벌어지게 몸보신 시켜주지 않을까요? 국립월경연구소도 생기고...

 

저는 생리대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낮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맞아요. 또 생리대 광고 모델들도 비 같은 스타들이 하지 않을까요?  힐링캠프 같은 데서  남자들이 월경 펑펑 잘하고 생리대 댑따 큰 거 쓴다 막 자랑하고요. (웃음)

 

초경을 경험하는 나이가 빠를수록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요?

평생 300-400번 정도 월경을 하는데 예전엔 늦은 초경, 빠른 완경에 출산 수유로 호르몬의 자극도 적당했지요. 지금은 과잉 자극이 문제가 되어 성조숙증에 자궁근종 같은 병이 많이 생기지요. 저는 PMS(월경전증후군)에 불평도 많은데 자세히 진찰할 필요 있다고 봐요. 피로가 다 간 탓이 아닌 것처럼 이게 ‘다 월경 탓이야’ 아니거든요. 저는 아기를 기다리는 분들은 곰곰히 따져보라고 권합니다. 원래 위장장애 있다면 임신하면 입덧 더 심해지고, 허리가 안 좋으면 아기 가지면 허리 더 아프죠. 그러니까 미리미리 몸을 좀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겁니다. 소화기, 두통, 요통, 장, 이런 거 고치고 갑시다. 그냥 월경 탓이야 하고 퉁치려 말구요. 

 

 

 
임신과 출산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평균 결혼연령 통계로는 남자 32.1세, 여자 29.6세라고 하고, 같은 해 산모의 평균 연령은 31.6세, 초산 산모의 평균 연령은 31.1세, 이 중 35세 이상 고령산모는 21%가 넘는다고 합니다. 현재는 더 높아졌을 것 같고요. 여성의 신체, 개인의 관점에서, 그리고 사회적 비용 및 맥락의 관점에서 이런 추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초경 이후 20년 지난 출산으로 자궁은 과잉자극이 돼요. 자궁이 쉬지 못해 20,30대때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같은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난소기능이 떨어져 불임 걱정도 늘어나지요.  깔때기로 모든 게 다 한꺼번에 몰아치잖아요. 밥벌이에 살림, 육아에 실은 부부들 섹스할 시간도 없이 지쳐있습니다. 정말 이런 문제들, 국가가 해결해 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낳으라고 압박만 넣지 말고 애 봐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 국가에서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하고 교육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애 맡기는 자식들도 부담이 좀 덜하고 떳떳하겠죠. 어르신들 요새 다들 젊고 기운도 좋으시잖아요. 할아버지들은 자기 자식은 젊을 때 바빠서 못 키웠는데 손주 보시면 확 달라지십니다.

 

 

 
그리고  책에서 쓰신 완경이라는 단어가 정말 좋았습니다. 완경을 이제부터 오붓하게 자신과 연애할 시간이라고 정의하신 것도요. 완경 후 사막에 생리대 없이 가고 싶다는 분의 이야기도 진짜 공감했습니다. 여자에게 완경이란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완경하면 각방 쓰시는 분들 많아요. 근데 저는 사는 날까지 섹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완경 하고도 20년 이상 너끈히 삽니다. 어째서 여생, 남은 생이라고 합니까. 인생은 끝까지 본 게임! 건강하게 완경을 하기 위한 조건도 있어요. 근력을 채우고 골밀도를 빵빵하게 채워놔야 합니다. 미국 여성의 80%는 흔히 말하는 폐경 증상이 없었다고 해요. 우리는 나이듦에 너무 겁먹고 있어요. 불안 조장하는 사회적 시선도 많구요. 폐경이 아니라 임무를 다한 완수, 완경입니다.  쫄지 말고 신나게 사는 지혜, 제가 다 써놓았습니다. 자녀분들이 부모님 공부 좀 시켜드리시죠. (웃음) 

 

 

 


여러 문화적 맥락이 있겠지만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여자의 몸에 대한 차별, 수치심에 대한 강요가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책에서 말씀하신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저도 봤었는데요. 여성의 성을 이렇게 오픈해서 유쾌하게 얘기한 히스토리가 아직 많이 쌓이지 않았고 또 그간의 왜곡된 성에 대한 관념들을 바로잡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변화들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우리 여성들이 어떤 입장에 서야 올바른 걸까요?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제가 다섯 번이나 본 연극, 정말 불후의 명작이지요.
뉴욕 브룩클린 뮤지엄에 가면 주디 시카고의 <디너 파티>라는 작품이 있어요. 신화와 역사에 나오는 39명의 여성 성기의 이미지를 접시에 새기고 식탁보에 수놓아 테이블을 꾸민 초대형 작품이 커다란 홀에 영구 전시 중이예요. 이걸 보다 눈물샘이 터져서 펑펑 울었어요. <안녕, 나의 자궁>도 누군가는 읽다가 울기도 하실 거예요. 감추려고만 했던 외면하고 싶었던 나. 그리고 몸의 진실과 아픔에 대해 자각하고 돌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모른척 없는척 외면하면 그림자로 깊이 들어가 병이 됩니다. 드러내기, 직면하기. 최선책이 없으면 차선, 차차선으로! 내 식대로 얘기하자면 무찌르면 되는 겁니다.(웃음)

 

 

 
특이하게 이번 책에서 남자를 응원하신다는 꼭지가 눈에 띄던데요. 남자에 대한 꼭지를 굳이 싣게 되신 이유를 살짝 공개해 주세요.

<안녕, 나의 자궁>에서 여자가 꼭 알면 좋을 남자 몸에 대해 중요한 팁을 넣었습니다. 남자의 몸과 성도 참 예민하고 연약하고 상처받습니다.  남자들도 자기 몸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거든요. 성기에 대한 열등감, 섹스에 대한 부담감 무지 크고요. ‘피해의식’이란 밴드의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 라는 노래 가사를 보면 정말 눈물겹습니다.

지옥 같은 이곳에 탈출구는 어디에. 보이지만 나갈 용기는 없어. 전부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지만 나만 쳐다보는 처자식 때문에.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나. 난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남자들이 이렇게 힘들거든요.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쪼이고 집에 오면 또 처자식들한테 쪼이고, 일가친척 행사에 제사에 눈치보기, 만성피로에 시달립니다. 이런 얘기들을 사랑하는 여자들이 알면 소통과 공감이 깊어질 거예요. 왕자님 아니라고 실망하지 말고 도와줘야 해요. (웃음)

 

 

 
선생님의 건강 관리 비법이 궁금합니다. 평소 좋아하시는 음식이나 꼭 드시는 음식, 활동이 있다면요?

뭐든 잘 먹는 식탐 마녀에 손만 대면 안주로 만들어 버리는 마이다스의 안주손, 한살림  막걸리학교도 다닌 풍류 여아로 삽니다. 제가 마포 토박인데 골목에 있는 ‘호남식당’ 이라는 백반집 단골이예요.(02-719-1743) 학위를 거기서 땄어요. 밥사라고요! 정혜신, 한비야씨도 여기서 멕여보내요. 독자분은 근처 오시면 연락하세요.

 

 

 

 

요새 읽고 계신 책과 알라딘 독자들, 특별히 여성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요?

요새 읽고 있는 책은 한창훈의 <그 남자의 연애사>예요. 달달한 로맨스 환타지만 읽다보면 환자 돼요.  남루하고 허접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것 같아 보이는 섹스와 연애가 실은 리얼이거든요. 한창훈 작가는 여자의 몸을 정말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창녀편은 몸에 대해 음미하려고 또 읽게 되더라구요.l 쿠르베의 그림 ‘세상의 기원 ’을 떠올리게 하는 절창입니다. 
싼마오 작가의 <사하라 이야기>, <허수아비의 일기>를 젊은 여자들에게 강추합니다. 대만 여자가 스페인 남자와 결혼해서 사하라 사막에서 신혼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더 넓게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줍니다.  베두인 여자들 이야기와 스페인 시집살이도 배꼽 잡구요.

 

 

 

 

 

 

이 책을 읽고 계신 많은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의료 민영화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제가 서울대 보건대학원 다닐 때 의료보험 시범사업 써베이 다녔거든요. 의료정책과정 다닐 때는 의료보험 실패국인 미국에 연수도 갔었어요. 우리나라는 환자와 병원 사이에 공단이라는 공공기관이 있는데요. 아주 좋은 시스템이고 외국서 부러워합니다. 그런데 민영화가 되면 그 자리에 보험회사가 있는 거예요. 회사는 돈벌이가 주목적이겠지요. 젊은 여러분과 아이들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안녕. 나의 자궁>을 짧게 요약해서 표현 한다면요?

몇 가지 단어를 꽃처럼 던지겠습니다. 그대들이 받으세요.
몸, 자유. 용기. 지혜. 진실. 해방. 건강. 행복. 응원. 존중. 사랑.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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